[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다음 달 내 선고 공판이 열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09회 공판을 열고 "최씨에 대해 25일 오후 2시10분 증인 신문 절차를 진행하고 안 전 수석에 대해서는 29일 오전 10시 증인 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에 대해서 22일 오전 10시, 이승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같은 날 오후 3시,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25일 오전 10시 증인 신문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이날 증인 신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최씨와 안 전 수석, 이 전 부회장 등은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측에서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미경
CJ(001040)그룹 부회장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 대해서 23일 오후 2시 증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은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넘긴 것은 박 전 대통령 뜻을 헤아려 자신이 과하게 한 행동이라고 증언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씨의 의견을 들어보라는 포괄적인 의미의 지시가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문건을 건네주라고 말한 것은 아니라고 증언했다.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보낸 사실 자체는 인정한 정 전 비서관은 검찰이 "청와대 47개 문건을 최씨에게 보낸 것은 박 전 대통령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냐"고 묻자 "부임 초기 대통령께서 최씨 의견을 한번 들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씀이 있었다. 이것이 최씨에게 문건을 보내주라는 명시적인 지시는 아니었다"며 "그냥 제가 대통령 뜻을 헤아려서 열심히 일하는 과정에서 조금 과했던 것 같고 실수였다"고 밝혔다.
검찰이 "이전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등에서 증인은 '건건히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 포괄적인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확인하자 "다시 말하지만 대통령의 지시라기보다도 여기서 포괄적이라는 말이 아마 그런 말을 내포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대통령의 뜻을 헤아려서 일하는 과정에서 과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명시적으로 최씨에게 문건을 보내라고 말씀한 적이 없다. 평소 대통령께서 말씀자료에 신경을 많이 쓰시고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했다. 저한테도 더 보완하라고 말씀하셨고 그때 최씨 의견을 들어보라고 하셨다"며 "제가 일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마음을 조금이라도 체크하면 대통령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앞서 정 전 비서관은 지난해 9월18일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제가 오랫동안 모신 대통령께서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냐"며 증언을 거부했었다.
정 전 비서관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 180여건을 건넨 혐의(공무상비밀누설)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됐다. 이중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47건도 포함됐다.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보낸 문서에는 정부 인선안, 대통령 말씀자료, 인사자료, 국무회의 비공개회의, 대통령 업무보고서, 외교문건 등이 포함됐다. 이외 별도로 정 전 비서관은 10일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9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2억원을 수수한 것과 관련해 공범관계로 추가 기소됐다.
최순실(왼쪽)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지난해 12월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91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