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갑의 횡포' 지멘스에 62억 과징금 부과

CT, MRI 등 의료기기 유지보수시장 독점…후속시장 경쟁제한행위에 최초 제재

입력 : 2018-01-17 오후 4:19:08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다국적 의료기기 독일 업체 지멘스가 CT, MRI 등 의료기기를 판매하면서 유지보수(AS)에 꼭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국내 중소 유지보수 사업자에게는 제공하지 않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신영호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정위는 17일 CT, MRI 유지보수 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소 유지보수사업자를 배제한 지멘스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2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멘스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자사의 CT, MRI를 구매한 병원이 독립유지보수사업자와 거래하는지 여부에 따라 장비 안전관리 및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서비스 소프트웨어의 사용조건을 차별했다.
 
독립유지보수사업자와 거래하지 않는 병원이 관련 서비스를 요청한 경우, 고급 자동진단기능을 포함한 상위 레벨 서비스키(지멘스 내부 엔지니어용)를 무상으로 요청 당일 즉시 발급했다. 반면에 독립유지보수사업자와 거래하는 병원의 경우, 장비 안전관리 및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기능으로 구성된 기초 레벨 서비스키를 유상으로 최대 25일 이후에 판매했다.
 
이에 따라 지멘스 CT 및 MRI 시장의 진입 장벽이 강화되고, 실제 4개 독립유지보수사업자 중 2개 사업자가 관련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등 관련 시장의 경쟁이 제한됐다. 또 독립유지보수사업자와 거래 시 병원이 감수해야 할 기회비용이 증가하면서 독립유지보수사업자의 가격 경쟁력이 상시됐고, 서비스키 기능 제한, 발급 지연으로 인해 독립유지보수사업자의 서비스 품질 및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가중됐다.
 
아울러 지멘스는 지난 2014년 12월과 2015년 5월 2차례 병원에 공문을 발송해 독립유지보수사업자와 거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전업데이트 및 저작권침해 문제를 실제보다 현저히 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지멘스의 법위반 행위로 왜곡된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통상적인 재발방지 명령 이외에도 적극적인 시정조치를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멘스 CT, MRI 장비의 소유권자인 병원이 자기 장비의 유지보수를 위해 필수적인 서비스 소프트웨어 접근 권한을 요청할 경우, 24시간 이내 최소 행정비용으로 이를 제공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유지보수 서비스 등 후속시장의 경쟁제한행위에 대한 공정위 최초의 법집행 사례로, 중소사업자의 시장진입을 방해하는 독점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를 엄중하게 제재했다"며 "향후에도 역량있는 중소기업의 시장진입 및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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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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