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강남 집값 안정, 규제보다 공급·수요분산으로"

"강남지역 수요가 있으니 가격 상승은 당연…영구임대주택 공급해야"

입력 : 2018-01-30 오전 6:00:00
문재인정부의 잇단 부동산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집값은 안정되기는커녕 오히려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는 보유세 인상도 검토하고 있지만 과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유세 인상효과는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집값이나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연 부동산가격 안정대책은 없는 것인가. 권대중 명지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 이사장)로부터 효과적인 부동산가격안정대책을 들어본다.<편집자>
 
정부의 강남 집값 잡기 작전은 실패
 
요즘 서울지역의 집값은 정부의 강남 집값잡기 작전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력한 규제 대책 속에서 강남4구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상승세는 양천구와 송파구를 비롯해 서울 전역으로 번지고 있으며 이렇게 가격이 상승하는 지역은 학군과 재건축 호재로 수요가 풍부해지면서 매물이 부족해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서울 강남지역의 주택 매매 수요는 최근 5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겨울철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때 아닌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 4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이후 매물 감소를 우려하는 수요자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벌써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금리인상과 부동산 시장 규제 등 주택시장 불확실성으로 매도자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곳이 있다. 또한 재건축사업 진행이 원활한 단지와 학군이 우수한 신규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세금 강화는 똘똘한 주택 한 채만으로 대응
 
문재인정부는 출범초기부터 부동산 시장의 투기세력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출범 7개월 만에 부동산 규제대책을 6번이나 내 놓았다. 그렇지만 시장은 정부 의도와는 정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고 부동산 시장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시장규제와 함께 강남지역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고 있다는 말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그 원인을 찾기 전에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물론 보유세 인상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오히려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와 양도세 중과 등 세금 강화 조치가 똘똘한 주택 한 채만 가지면 된다는 분위기로 바뀌어 강남의 집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꼭 노무현정부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듯하다. 이미 사람들은 규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집값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과거의 학습효과가 여타지역 간 초양극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강남지역의 주택가격은 규제가 가격상승을 부추긴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 나오고 정책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불과 3~4년 전만해도 강남과 서초지역의 85㎡ 아파트 한 채 가격은 7~8억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5억원에서 20억원을 호가한다. 서민들 입장에서는 강남지역의 아파트 한 채는 평생을 벌어도 살 수 없는 주택으로 변해 버렸다.
 
그런데 지방의 집값은 오히려 하락세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 남부지역 일대에서는 입주물량 공급과잉으로 미입주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며 분양가격 이하인 마이너스 가격까지 형성되고 있다. 주택시장의 천당과 지옥이 따로 없다.
 
서울 전 지역과 강남구의 최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양상 비교 출처/ 한국감정원
 
정부는 보유세 인상카드 ‘만지작’
 
결국 정부는 강남지역의 아파트값이 급등을 넘어 과열로 넘어갔다는 판단 하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다가 실패한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 규제의 범위나 강도, 도입 시기 등을 놓고 고심하는 듯하다. 당장 6월 예정된 지방선거도 큰 변수다. 만약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위해 섣불리 보유세를 개편했다가 이마저도 먹히지 않는다면 더 이상 내놓을 카드가 사실상 없다는 게 당국자 입장에서 아마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에서 종합부동산세 개정 추진 관련 내용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폐지하고 대신 공시가격 과세표준으로 전환하며 1세대 1주택 과세표준 공제액을 현재 3억에서 6억으로,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은 현재 9억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며 세율 역시 현재 6억~12억 0.75%에서 1%로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종합합산토지분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조정과 별도합산토지분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조정 등도 대폭 손질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개정 추진 이유는 부동산시장 안정과 자산 재분배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공시가격 과세는 1주택자 등 주택소유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재산세는 대부분 가계비용에서 지출돼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종합부동산세 세율인상은 다주택자들에게는 큰 타격이 되겠지만 강남집값 잡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세율보다 주택가격이 더 오르기 때문이다.
 
이번 민주당의 조세 조정안은 시장안정을 염두에 두고 준비했지만 결국 소득재분배나 시장 안정에는 일시적 효과일 뿐 장기적 대책으로는 미흡하다. 물론 정부의 세수확보에 더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일부 조세저항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매매와 임대시장에 전가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아울러 민주당의 조세 개정안은 거래세인 취득세와 양도세를 손대지 않고 보유세만을 조정하려는 것으로 다주택자들을 겨냥한 포석인 것 같다.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왜 오르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고 처방하지 않으면 보유세 인상과 같은 규제를 계속 쏟아내도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요약하자면 보유세 인상만으로 강남의 집값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수요가 있으니 가격 상승은 당연, 정책은 시장 이길 수 없다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이 계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그 만큼 수요가 많다는 말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은 공급을 해야 한다는 말이고 공급을 하려면 토지가 있어야 한다. 강남지역에 토지가 없으면 수요를 분산하는 정책을 내놓아야지 가격을 규제하고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은 시장에서 반발만 일으킨다. 결국 정책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공급할 토지가 부족한 강남지역에서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시장 밖에는 없다. 재건축사업으로 증가되는 용적률만큼 그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면 될 것이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로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런데 정부는 재건축사업으로 인한 가격상승을 막기 위해 초과이익환수제를 부과하는 시뮬레이션을 발표하면서 처음부터 겁을 준다. 이것도 어려우면 강남 인근지역에서 산림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발제한구역을 이용한 영구임대주택 공급정책이 있다. 만약 임대 후 분양주택으로 공급하면 또 가격이 상승하니 처음부터 영구임대주택으로 공급돼야 한다.
 
공급할 토지 없다면 수요분산 정책을
 
그래도 가격이 상승하면 결국 강남지역의 수요를 인근지역이나 수도권 지역으로 분산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 2009년 2월12일부터 그해 연말까지, 그리고 2012년 9월22일부터 역시 그해 연말까지 늘어나는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기 위해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취득세 감면혜택과 양도세 5년간 면제혜택을 준적이 있다.
 
이와 같이 세금으로 규제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금을 완화해 수요를 분산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가격이 오른다고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이 늘어나고 인구가 감소하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강남지역만큼은 이를 벗어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그 피해는 수도권과 지방에 간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임기 내 10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과연 어디에 공급할 것인가.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공급되어야 하는데 그 역시 대부분 수도권 지역일 것이다.
 
예전보다는 주택공급이 많아졌다. 일부지역에서는 미입주 사태가 벌어질 정도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주택에 대한 개념도 바뀌고 있다. 그래서 주택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돼야하며 보유세를 인상하면서까지 수요를 억제하면 결국 단기적 처방일 뿐이며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별로 없다.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정부는 수요공급시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역별, 물건별, 계층별로 중장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서울 강남 아파트값이 폭등하는 가운데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업체 외벽에 부동산 매물들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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