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금리 불확실성에 재계가 비상이다. 오는 3월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인상이 점쳐지면서 한미 금리역전 가능성이 대두된다. 시중 금리인상 압력도 높아져,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등 유동성 확보 대책에 여념이 없다.
29일 금융권 및 재계에 따르면 미 채권시장에서 지난주 2년물 국채 금리가 0.05%포인트 올랐다.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반영된 결과다.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 금리인상도 탄력 받는다. 미국은 이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발표할 예정으로, 지난 8월 이후 반등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추가인상이 유력시된다. 이는 곧 한미 기준금리 역전을 뜻한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달 13일 인상으로 1.25%~1.50%까지 올라 있다. 국내 기준금리는 1.50%다.
우리나라는 2016년 6월 연 1.25%로 내린 이후 사상 최저금리를 유지해오다, 지난해 11월30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달 18일 금융통화위원회의에서는 동결했다. 당분간 추세 관망이 이어질 듯 보이지만, 금리역전시 인상 압력에 직면한다. 금리역전으로 국내 자본유출의 불확실성이 내재한다. 최근 원화 강세에 따른 외국인의 원화채 수급이 양호해 이전만큼 유출 우려가 크지는 않지만 선진국 대비 경기가 부진한 신흥국 시장에서 자본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신흥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에게도 부정적이다. 미국은 연중 3차례 금리인상을 시사해 국내 금리 상승 압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기업은 은행권 대출금리도 걱정이다.
이에 기업들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삼성카드는 이날 권면이자율 2.45%에 3년물 2779억여원의 기업어음증권(일반CP)을 발행했다. 롯데렌탈은 30일 총 3000억원 규모의 무보증사채를 2년물(500억원, 권면이자율 2.437%), 3년물(1500억원, 2.630%), 5년물(1000억원, 3.042%)로 나눠 청약한다. 한진도 잠정 500억원 규모의 사채를 공모해 수요예측을 거쳐 내달 7일 발행한다. SK브로드밴드와 한화에너지도 각각 1500억원, 2000억원 규모의 사채 납입일이 내달 1일로 잡혀 있다. 앞서 지난 26일 현대오일뱅크(1500억원), LG유플러스(총 3000억원)도 사채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밖에도 이달 들어 롯데칠성음료(2500억원), LG상사(1000억원), 현대제철(6000억원), 신세계(3700억원) 등이 사채 청약을 끝냈다. 이들 사채는 고정금리부사채로 금리변동에 대비해 헷징이 가능하다.
외부환경 변화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지면 회사채가 선호된다. 금리가 낮을수록 회사채 발행 여건도 유리하다. 지난해 11월 국내 기준금리 인상을 전후해서 이런 경향이 이어졌다. 기업의 은행 대출은 연말까지 감소세가 뚜렷했다. 연말 부채비율 관리 의도가 있으나 금리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순상환 흐름이 이어졌으나 연말로 갈수록 폭이 줄었다. 최근 코오롱글로벌,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이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도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조선사들은 채권은행의 자금회수 강도가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