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강조 김상조의 '미소압박' 통했나

뚜레쥬르·편의점 등 유통업계 앞다퉈 '상생협약' 발표

입력 : 2018-01-30 오후 5:37:24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자발적 상생일가, 미소 속 압박의 의미를 읽은 것일까'
 
최근 유통업계가 바짝 엎드렸다. 취임 초 강경하게 상생을 강조하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유연한 모습으로 선회했지만, 언제 압박모드로 전환할 지 몰라 앞다퉈 상생방안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표면적으로는 '자발적 상생'으로 비춰지지만, 김 위원장의 '미소 속 압박'의 의미를 파악한 업체들이 제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의 일환이라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김상조 위원장은 취임 초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상생에 대해 강력한 어조와 태도로 일관했다. 반면 최근에는 '강경' 이미지에서 벗어나 업계 상생 현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면서 모범사례를 언급하고, 격려하는 등 다소 유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신상필벌'에 입각한 '미소' 뛴 행보가 더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것.
 
실제로 최근 프랜차이즈업계를 비롯해 가맹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상생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지난 29일 서울 그랜드앰배서더 서울호텔에서 848개 가맹점과 공정거래협약식을 체결했다. 뚜레쥬르는 협약식에서 제빵 가맹점의 원자재 구입대금에서 40%를 차지하는 생지, 냉동과일 등 핵심품목 300여개의 가맹점 공급가를 5%에서 최대 20%까지 낮추기로 했다.
 
특히 이날 체결식 현장에는 구창근 CJ푸드빌 대표는 물론 김상조 위원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상생이 가장 절실한 분야는 가맹시장"이라며 "상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를 넘어 숙명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9일에도 프랜차이즈업계 최고경영자(CEO)가 모인 조찬 강연회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파리바게뜨를 비롯한 뚜레쥬르, 정관장, 롯데리아 등 4개 회사를 직접 언급하며 자발적 상생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며 호평하기도 했다.
 
파리바게뜨의 가맹본부인 파리크라상도 지난 25일, 가맹점들이 본부를 통해 사야 하는 필수물품은 기존 3100여 개에서 2700여 개로 13%로 줄이는 안을 골자로 한 파격적인 상생 방안을 내놨다.
 
대규모 가맹사업을 영위하는 편의점업계도 줄줄이 상생방안을 발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은 지난 25일 가맹점과의 지속적인 동반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2018 가맹점 상생협약'을 경영주협의회와 체결했다. 세븐일레븐은 가맹점 수익개선 실현에 초점을 맞춘 7가지의 '7대 행복충전 상생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편의점 CU의 경우 가맹점주 직접 지원을 위한 '가맹점 생애주기별 관리 프로그램' 도입에 연간 85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GS25는 가맹점주의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 연간 750억원을 투입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상생으로 화답한 기업 위주로 격려하고 현장을 찾아다니는 김상조 위원장의 달라진 스탠스가 오히려 압박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유통업계 내 다른 기업들도 내부적으로 상생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당분간 상생 퍼포먼스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그랜드 앰베서더 서울에서 열린 '뚜레쥬르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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