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 세계적 수준 자신한다"

(피플)이정민 툴젠 연구소장
"네어처가 주목한 획기적 유전자 기술"…툴젠·UC버클리·MIT 등 단 3곳만 특허 보유
"5년 후 가시적 성과 실현…현재 시장 기대 넘어설 수도"

입력 : 2018-02-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유전자가위'는 인간 및 동식물 세포의 유전체를 교정하는 데 사용되는 유전자 교정기술로 유전체에서 특정 염기 서열을 인식한 후 해당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시스템을 말한다. 특히 지난 2015년 글로벌 과학 전문지 '네이처'와 '사이언스'지가 선정한 혁신기술로 선정되며 바이오는 물론 과학계 전체가 주목하기 시작한 3세대 유전자가위기술 '크리스퍼(CRISPR-Cas9)'는 유전자 치료제 및 치료기술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받고있다. 전 세계에서 크리스퍼 관련 특허를 보유한 곳은 단 3곳 뿐이다. 미국 UC버클리와 MIT, 그리고 국내 바이오벤처기업 '툴젠'이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정민 툴젠 연구소장을 만나 전체 직원 40명에 불과한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이 세계 유수의 기업 및 연구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들어봤다.
 
툴젠은 축적된 유전자가위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크리스퍼를 이용한 인간 유전자 교정데이터가 들어간 특허를 가출원했다. UC버클리 특허가 유전자가위기술의 작동 방식이나 원리 등에 대한 원천적인 내용이라 온전한 3세대 유전자가위기술 관련 특허라 할 수 없어 툴젠의 특허는 MIT 특허와 비교된다. 양측 근본적인 기술은 궤를 같이 하지만 특허출원일은 툴젠이 MIT 보다 두 달 빨랐다.
 
 
이정민 툴젠 연구소장은 "1~3세대 유전자가위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곳은 툴젠이 유일하다"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진=정기종 기자
 
-오랜 투자와 자금이 필요한 바이오벤처 분야에서 글로벌 대형 바이오기업이나 유력 연구기관들을 제치고 앞서 원천 기술을 획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툴젠 전체 임직원은 40명 정도다. 이 가운데 R&D 인력이 20명 수준이다. R&D 집중형 기업인 셈이다. 실제 연구에 투입되는 박사 인력만 해도 R&D 인력의 절반에 달한다. 툴젠이 최근에야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실제 창업은 지난 1999년이었다. 지난 20여년간 툴젠은 다른 것이 아닌 유전자가위기술 한 우물에만 집중했다. 이를 통해 1~3세대 유전자가위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세계 유일의 회사가 될 수 있었다. 현재는 그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3세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와 동식물 분야에 응용하려 노력 중이다.
 
이 소장은 툴젠의 또 다른 경쟁력을 '연구소장이 가장 멍청한 연구소'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유능한 인재들이 많다는 겸손이자 자신감이다. 하버드대학에서 4년 반의 연구를 마치고 지난해 툴젠에 합류한 이 소장은 실제로 10년 이상 연구 경력이 차이 나는 석사 연구원들에게도 항상 배운다고 이야기한다. 툴젠의 수평적 구조 역시 이를 서로 거리낌 없이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유전자가위 기술이 유전치료제 뿐만 아니라 바이오산업 시장의 핵심적인 기술로 부상 중이다. 현재 활용 중인 분야와 주목하고 있는 활용 분야는.
 
1차적인 목표는 유전자 치료제와 기능이 강화된 동식물(근육강화 돼지, 올리브유를 함유하고 있는 일반 콩)등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는 것이다. 동물데이터를 활용해 노인성황반변성 치료 가능성이 생겼고, 당뇨병 망박 변성의 치료 가능성 역시 동물데이터를 통해 제기된 상태다. 대표적인 희귀난치병 가운데 하나인 혈우병 치료에도 유용하다는 데이터가 있다.
 
하체 근육의 위축과 근력저하를 불러일으키는 유전성 신경병 중 '샤르코 마리투스'병이 있는데, 유전자가위를 사용해 근육량을 증가시키고, 신경전달속도와 세기를 강화시킬 수 있는 식이다. 이미 신경질환에도 해당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동물결과를 도출한 상태다. 이밖에 안과질환이나 뇌, 암, 간 질환 등에도 동물데이터를 기반으로 확장 중이다. 1차적인 목표는 유전자 치료제와 기능이 강화된 동식물(근육강화 돼지, 올리브유를 함유하고 있는 일반 콩)등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는 것이다.
 
이 소장은 툴젠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연구소장이 가장 멍청한 연구소'를 꼽는다. 그만큼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표현이다. 실험에 집중하고 있는 툴젠 연구소 직원들. 사진=정기종 기자
 
툴젠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달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정식으로 초청받았다.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글로벌 금융사인 JP모건이 매년 세계 제약 및 바이오 기업들을 초청해 실시하는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로 해마다 40여개국, 1500개 기업이 참석하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대표적 기술 수출 강자 한미약품의 성과 역시 이 자리가 원동력이 됐던 만큼 제약·바이오 기업에게는 꿈의 무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당시 툴젠은 30여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 및 투자 그룹과 미팅을 가질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컨퍼런스를 통해 투자와 협업 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 중인 툴젠의 김종문 대표는 현재보다는 향후 5년 후의 툴젠을 주목해 달라고 항상 강조하고 있다.
 
-김 대표가 5년 후의 툴젠을 주목해달라고 밝혔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툴젠의 향후 계획은.
 
지금까지의 툴젠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였다면, 앞으로의 툴젠은 성숙된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상품을 만들어 나가는 길을 걷게 된다. (김 대표가)5년 후를 주목해 달라고 했던 건 치료제나 동식물 프로그램들의 결과가 가시화되는 시기를 염두 해 둔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기술 개발의 초기 단계니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하지만 결과를 얻지 못하면 의미 없는 회사로 전락할 것이다.
 
앞으로의 5년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가능한 시기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결과가 한미약품처럼 좋은 기술수출의 사례가 될 수도, 자체적으로 상품화가 가능해 질수 도 있다. 툴젠은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황이며, 그 성과가 적어도 현재의 기대를 상회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자신한다.
 
-국내 바이오산업이 글로벌 시장과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바이오기업은 연구 전문가들이다. 연구단계까진 각자의 기술에 대해 세계와의 경쟁에서도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 이후 결실을 만들어 내는 요령이 부족하다. 규제 기관 사람들을 만나고 규제를 뚫고,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인력에 목말라 있다. 상품성과 연결할 실무 부분을 담당할 인재가 없다는 뜻이다. 과학적으로 검증은 됐지만, 이를 누구에게 어떻게 파는가, 규제는 어떻게 뚫는가에 대한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국내 기업들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또 긴 호흡이 있었으면 좋겠다. 바이오기술은 연구 끝에 결실을 맺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국가 차원 또는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이건 인내를 가지고 시간을 줘야 원하는 성과를 함께 거둘 수 있다. 공신력 있는 전문가집단으로 구성된 전문평가기관이 미흡한 점도 국내 바이오산업이 풀어야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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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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