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정부가 보편요금제의 강제 시행 카드를 꺼낼 전망이다. 보편요금제는 정부의 통신비 경감 정책 중 하나다. 월 2만원대의 요금에 내면 데이터 2기가바이트(GB), 음성 200분, 문자(무제한)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낮은 요금대의 요금제에서도 최소한의 데이터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진행 중인 가계통신비 정책 협의회(이하 협의회)를 통해 이동통신 3사에게 보편요금제를 도입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통 3사는 요금제는 시장에 맡겨달라며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정부가 이통사에게 보편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협의회는 오는 22일 제9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11일 "보편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보편요금제 도입이 포함된) 개정안을 상반기 중으로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안 발의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6월 이통사들의 보편요금제 의무 출시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보편요금제 의무화가 본격 추진될 경우 이통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통사들은 요금 수익으로 5세대(5G) 통신과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신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며 "통신비 경감뿐만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부분도 함께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통 3사는 지난해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에 반발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검토했다. 하지만 소송을 진행하지 않고 정부의 방안을 받아들였다. 선택약정할인율은 지난해 9월15일부터 기존 20%에서 25%로 상향됐다.
보편요금제 관련 개정안에는 알뜰폰 관련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도매대가 특례 등을 포함해서 알뜰폰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조문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기존 알뜰폰에 보편요금제와 유사한 내용의 요금제가 있다며 보편요금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통사들에게 지불하는 도매대가를 인하해 알뜰폰의 요금 경쟁력을 강화해달라는 입장이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이달 중으로 비상대책반을 꾸릴 예정이다. 비상대책반은 도매대가와 요금제 등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