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은 중국에게 매우 중요한 이벤트다. 당장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 노하우를 학습하고 축적할 수 있어서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대거 한국 평창을 방문하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네티즌들이 개막식에 보낸 찬사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한국 매체의 일부 보도에 대해서 매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 삼은 것은 한국 방송에서 올림픽 위원회의 명칭이 아니라 한글 자막에 적시된 타이완, 그리고 수도 타이베이라는 설명 때문이었다. 올림픽에 등장한 표기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한 결과다. 유사한 문제는 중국 내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작년 4월 아시아탁수선수권대회를 계기로 중국 CCTV는 ‘중화 타이베이(中華台北)’를 ‘중국 타이베이(中國台北)’로 바꿔 보도한 적이 있다. 중국 중앙언론이 전격적으로 ‘중화 타이베이’를 ‘중국 타이베이’로 바꿔 부르면서 정체성에 따른 양안 갈등이 네티즌 뿐만 아니라 관방 간에도 격화됐다. 특히 타이완 정권이 국민당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민진당으로 바뀌면서 잠재되어 있던 내홍이 발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나타난 타이완 표기를 둘러싼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사실 4년 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타이완 명칭 사용을 둘러싼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차잉잉원 집권 이후 ‘92 공식(九二共識)’을 인정하지 않고 탈 중국화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중국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이 매우 정치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웅변해줄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타이완의 공식 명칭을 ‘Chinese Taipei’로 표기하고 있다. 이를 중국에서는 ‘중국 타이베이’로 타이완에서는 ‘중화 타이베이’로 부른다. 1979년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나고야 결의’를 통해 중국 올림픽위원회의 국제올림픽위원회 공식 지위를 회복시켰다. 그리고 타이완 올림픽위원회 명칭을 ‘Chinese Taipei Olympic Committee’로 정했다. 중국에서는 이를 중국 타이베이 올림픽위원회로 표기했고 타이완은 ‘Chinese Taipei Olympic Committee’를 중화 타이베이 올림픽위원회로 썼다. 그리고 1984년 LA올림픽,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중화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 참가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즈음 중국 매체에서 ‘중화 타이베이’ 대신에 ‘중국 타이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당시 타이완의 불만이 고조됐다. 그러던 중국 언론이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고려하여 2008년 7월 하순 다시 ‘중화 타이베이’ 명칭을 사용하면서 갈등이 잠복상태로 일단락됐다.
이 문제가 자꾸 불거지는 이유는 ‘중화(中華)’와 ‘중국(中國)’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기인한다. 타이완이 ‘중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중국과 타이완을 모두 포괄하는 상위 개념으로서 ‘중화’를 인식하는 반면에 ‘중국’은 민족국가로서 현 중화인민공화국을 상징한다는 정체성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이다. 이는 또한 국제적으로 중국과 타이완의 국세(國勢)의 차이를 반영한다. 타이완의 입장에서는 ‘중화’라는 상위개념을 사용해야 그 정통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중국 입장에서는 ‘중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타이완을 일개 국가의 하위 범주로 정체성을 제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타이완의 입장에서 중국이라는 호칭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화인민공화국로 널리 통용되기 때문에 ‘중국 타이베이’라고 하면 마치 ‘중국 베이징’, ‘중국 상하이’처럼 마치 중국내 일개 지방이라는 정체성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타이완이 ‘중국 타이베이’를 반대하는 이유다.
올림픽은 분명 인류평화의 이상을 갖고 있으나 그 내면에는 정치 논리가 작동한다. 물론 올림픽을 대하는 정치 논리가 모두 부정적인 의미만을 내포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울려 퍼진 평화의 목소리는 올림픽의 긍정적인 정치 효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인류 보편적인 평화 염원을 담아내는데 있어서 이번 평창올림픽이 올림픽 이상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화의 메시지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타이완의 참가로 빚어질 ‘중화 타이베이’, ‘중국 타이베이’ 표기 논쟁을 어떻게 평화롭게 조화시켜 나갈지가 관건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올림픽은 매우 정치적이다. 중국에게 그 시험이 다가오고 있다. 정치의 공간을 평화의 공간으로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평창올림픽이 베이징올림픽에게 주는 메시지기도 하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