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재조사를 실시한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매·제조사인 SK케미칼과 애경의 전 대표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진행되는 법적 절차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12일 공정위는 SK케미칼과 애경, 이마트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인체의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은폐·누락하고, 안전과 품질을 확인 받은 제품인 것처럼 허위로 표시·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34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SK케미칼과 애경에 대해서는 법인, 그리고 전직 대표 이사 4명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이마트의 경우 공소시효가 지남에 따라 고발에서 제외됐다.
지난 2002년부터 2011년 사이 애경은 SK케미칼이 제조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주성분인 '홈클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제품 라벨에 독성물이 포함된 사실을 누락했다는 혐의로 공정위가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2016년 8월 혐의에 대해 판단을 중단하는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고, 사실상 SK케미칼과 애경에 면죄부를 줬다.
공정위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이 사건의 심의절차를 종료하는 과정에서 외압이나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태스크포스(TF)'를 지난해 12월 구성했다. TF는 사건처리 과정에서 일부 문제점이 있다고 결론내렸고,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김 위원장은 "심의절차가 종료된 사안을 재조사 한 전례는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당시 판단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공정위가 증거를 철저히 새로이 수집해서 사건을 보다 면밀히 재검토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을 하고 재조사 및 심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권고안과 함께 공정위는 가습기 메이트의 판매 중단일인 2011년 8월 31일 이후에도 이 제품이 판매됐다는 증거를 찾으면서 재조사를 시작했다. 행정처분의 공소시효는 5년으로 공식적인 판매 중단일 기준으로는 검찰에 고발할 수 없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 2013년 4월2일에 가습기 메이트 제품이 판매된 기록을 찾으면서 공소시효가 2018년 4월2일 까지 연장됐다고 판단,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재조사 결과 공정위는 미국 EPA보고서, SK케미칼이 생산한 물질안전보건자료 등을 근거로 CMIT·MIT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가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제품 용기에 부착된 표시라벨에 제품의 위해성을 누락했고, 오히려 삼림욕 효과, 아로마테리피 효과 등만 표시해 소비자로 하여금 효과가 있다는 인식시킬 우려가 있다는 부분도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위는 이같은 재조사 결과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소비자들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재조사만으로 공정위의 역할과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고, 공정위는 관련 정보를 소송 중인 분들에게 모두 제공하고 협조할 것"이라며 "앞으로 공정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법상 허용하는 관련 자료를 소송 등 피해구제 절차를 진행하시는 분들께 충실히 제공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