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사 도입약 '출혈경쟁'…대외의존도 심화 우려

CJ 당뇨신약 판권회수 당해…매출증발 '부메랑'

입력 : 2018-02-12 오후 5:04:15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국내 제약업계에 해외신약 도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의 단순 영업대행으로 전락해 대외의존도가 심화되고 의약품 자체공급 체제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CJ헬스케어에 당뇨신약 '포시가' 공동판매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포시가는 2013년 국내 허가를 받은 제품이다. CJ헬스케어는 이듬해부터 공동판매에 돌입해 포시가를 2017년 260억원대까지 성장시켰다.
 
당뇨치료제 강자인 대웅제약이 파트너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도입약 공백을 도입약으로 돌려막는 셈이다. 대웅제약은 총 3000억원 규모 도입약을 판권회수 당한 바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글로벌 제약사 MSD로부터 도입해 팔던 '자누비아' 등 7개 품목을 종근당에 넘겨줬다.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16년 아스트라제네카의 고지혈증치료제 '크레스토(700억원)'와 LG화학의 당뇨치료제 '제미글로(700억원)'를 추가 도입했다. 크레스토는 유한양행, 제미글로는 사노피아벤티스가 공동판매하던 약물이었다. 
 
도입약은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국내 제약업계 영업 패턴으로 자리잡았다. 종합병원 영업은 글로벌사가 맡고, 의원 영업은 국내사가 전담하는 형태가 다수다. 전국에 상급종합병원(3차병원)은 약 340개소, 종합병원(2차병원)은 약 1500개소, 의원은 약 3만개소로 알려진다. 국내 제약사는 복제약 중심이고, 신약은 여전히 수입 의존도가 높다.
 
글로벌 제약사는 영업인력 확충 없이 국내사 영업망을 활용해 신제품을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다. 국내 의약품 시장 성장률 둔화와 신제품 확보 어려움을 겪는 국내사는 도입약으로 단숨에 매출을 끌어올 수 있다. 실제, 상위 10개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상품매출(도입약) 비중은 약 40%다. 2017년 상반기 기준, 매출액 대비 상품매출액 비중은 유한양행이 72.6%, 한독이 50.7%, JW중외제약이 49.9%, 녹십자가 46.6%, 대웅제약이 41.6%, 종근당이 35.2% 순을 기록했다.
 
도입약은 판권회수 위험뿐만 아니라 수익률 저하 문제도 안고 있다. CJ헬스케어는 2014년 포시가를 도입하기 위해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보통 도입약의 수수료율은 20~30% 정도인데, 포시가는 17% 정도를 형성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전언이다. 100억원을 팔아 17억원을 판매 수수료로 받는다는 의미다. 판관비, 영업비를 쓰면 오히려 손해가 난다는 것이다. CJ헬스케어가 수익성 저하로 포시가보다 자체제품에 마케팅을 집중한 것이 계약 파기 요인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도입약 유치 경쟁으로 수수료율이 갈수록 하락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경쟁사의 도입약을 뺏어오기 위해 자체적으로 더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치킨싸움'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글로벌 제약사는 판관비 등 비용 절감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이해관계에 따라 도입약 국내 파트너사도 잦은 변경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사끼리 '제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국내 제약업계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의약품 의존이 심해져 국내 의약품 자립공급 체제가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다. 연구개발에서 수입약 영업대행으로 체질이 악화될 수 있다"며 "당장 돈이 되는 위탁 영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체개발 품목 비중을 늘리면서 장기적으로 신약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CJ헬스케어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2014년 '포시가'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CJ헬스케어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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