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SK케미칼(285130)이 1200억원 규모 백신사업부 분사를 추진한다. 제약업계 이례적으로 지주사 아래 제약사업부가 세갈래로 쪼개져 '한지붕 세가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 부문은 SK케미칼 안에 남은 파마사업부(케미칼), 백신 신설법인, 혈액제제(혈액 내 단백질 성분을 분리해 만든 의약품) 회사 SK플라즈마로 개편될 전망이다. 경영 효율성·전문성 제고를 위한 사업부 개편으로 보여진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연내 백신사업부를 분사해 별도법인을 설립한다.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분사 후 적극적으로 SI(전략적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기업공개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케미칼은 1969년 직물 회사인 선경합섬으로 창립됐다. 1987년 삼신제약을 인수해 제약산업에 뛰어들었다. 1998년 SK케미칼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재 사업 부문은 그린케미칼(Green Chemical, 화학), 라이프사이언스(Life Science, 제약)로 나뉜다. 2017년 전체 매출(1조1914억원)에서 제약 부문(3210억원)이 27%를 차지한다.
SK케미칼은 지난해 12월 지주사로 전환했다. 기존 SK케미칼은 지주사
SK디스커버리(006120)와 사업 회사인 SK케미칼로 인적분할했다. SK디스커버리는 자회사 관리와 사업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집중하고, SK케미칼 사업회사는 화학과 제약 사업의 경영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추후 화학과 제약 사업도 분리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업종이 상이해 계열 분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케미칼은 2006년부터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 산업에 진출했다. 이후 케미칼 의약품은 축소하고 백신과 혈액제제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동안 백신 사업 기반 구축에 약 4000억원을 투자했다. 혈액제제 사업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SK케미칼은 혈액제제 사업부문을 분리해 SK플라즈마(매출 630억원)를 설립했다.
백신사업부가 독립분사하면 SK케미칼 제약사업부가 3개 기업으로 분할되는 셈이다.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 등 약 2000억원 규모 파마사업부(케미칼)는 SK케미칼에 남게 된다. 파마사업부는 과민성방광증후군치료제, 치매치료제, 항혈전제 등을 케미칼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SK케미칼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백신과 혈액제제는 독립법인으로 분리시켜 기업가치를 상승시키고, 케미칼의약품은 모기업 지원 하에 육성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백신사업 신규법인이 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 자회사가 될지 SK케미칼 자회사가 될지 결정되지 않았다. SK플라즈마는 SK디스커버리 자회사로 올라 있다. 이들 회사가 수직계열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백신사업이 투자로 본궤도에 올랐고 해외진출 기술수출 등도 꾸준히 이뤄질 것이다. 분사는 백신사업이 자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구체적으로 결정되진 않았지만 제약과 화학 부문도 분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 직원이 백신 생산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SK케미칼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