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정유 업황에 따라 울산 지역경제도 '희비'

동구, 요식업 매출 절반…남구는 음식점 빼곡

입력 : 2018-02-13 오후 7:07:31
[울산=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방어진 쪽은 아주 죽었어. 동구는 아예 안 들어가. 손님도 없는데 뭐하러…"
 
금요일인 지난 9일 오전 울산에서 만난 택시기사 한명진(59·남)씨는 "조선소 사람들 일이 많아서 연장 근로도 좀 해야 돈을 쓰고 하는데 지금은 동구에 들어가면 손님 안 기다리고 시내로 나와버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정오쯤 울산시 동구 일산동의 한 고깃집 유리문에는 '1월17일부터 오후 3시~11시까지 영업합니다'라고 영업시간 변경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점심 시간인데도 거리에 식사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종문 사장(한국외식업중앙회 울산지회 동구지부장)은 "이 자리에서 19년째 식당을 운영하는데 장사가 안돼 지난달부터는 점심 장사를 접었다"며 "호황기에는 하루에 90만원가량을 꾸준하게 벌었는데 지금은 40만원을 버는 것도 빠듯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울산시 주요 산업별 종사자 수. 제작/뉴스토마토
 
울산은 크게 현대자동차가 있는 북구와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 SK이노베이션이 있는 남구 등 세 곳에 주요 산업이 집중돼 있다. 이 중 동구는 조선업 불황 여파가 지역경제로 번져 지금은 울산 내에서도 가장 침체된 지역이 됐다. 해양플랜트 사업부는 올해 7월 인도될 나스르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일감이 바닥을 드러냈다. 일감이 떨어지면서 일명 '물량팀'으로 불렸던 단기 조선업 근로자들의 수도 크게 줄었다.
 
해양플랜트 사업부와 인접한 방어동 인근의 원룸촌 주변 부동산 공인중개소에는 오랜 기간 팔리지 않은 매물들만 가득했다. 공인중개사 한모씨는 벽에 붙은 매물을 보여주며 "한 건물에 10개 정도 방이 있는데 한두개를 제외하면 대부분 비어있다"며 "일부는 호황기 때 대출받아 집을 지었다가 처치가 곤란해 건물주가 도망가버린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1월 기준 울산 동구의 인구 17만6562명 가운데 6만6941명이 현대중공업 또는 협력업체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기준 인구는 16만9605명으로 3.9% 줄었고, 조선업 근로자는 3만956명으로 46%가량 감소했다. 울산지역 조선업 관련 사업체는 지난 2016년 6월 1160개에서 지난해 12월 918개로 242개가 사라졌다.
 
반면 글로벌 업황개선과 수요증가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정유·화학업계가 인접한 울산 남구는 생동감이 넘쳤다. 정유업계는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올해도 두둑한 성과급을 지급한다. 정유업계 맏형이자 남구 터줏대감인 SK이노베이션은 연봉의 50%에 달하는 보너스를 직원 성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준다. 울주군에 사업장을 둔 S-Oil 역시 연봉의 50% 수준에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밤 8시. 울산시 남구 '왕생이먹거리마실'(왕생로40번길) 일대는 불야성을 방불케 했다. 도로 양쪽에 늘어선 음식점과 술집에는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고, 도로에는 각종 전단지와 자동차 등이 뒤엉켜 혼잡했다. 진눈깨비가 조금씩 흩날렸지만 일부 술집 앞에는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모(34·남)씨는 "친구들과 저녁 모임이 있어서 나왔다"며 "이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울산발전연구원 관계자는 "조선업 등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울산은 전국과 달리 생산과 소비지표의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라며 "특히 동구는 조선업 불황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과 인구유출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울산=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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