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설 연휴가 마무리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포스트 평창’ 구상에 관심이 모인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관계개선 분위기 유지와 개헌 해법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18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특별한 일정 없이 관저에 머무르며 연휴를 마무리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연휴가 시작한 15일 국민들에게 안부전화를 걸고 노르웨이 총리와는 정상회담을 했다. 설 당일인 16일은 가족들과 보냈다. 17일엔 강원도 강릉에서 열리는 쇼트트랙 경기를 관람하고 내외신 기자들과 올림픽 자원봉사자 등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질문을 받자 “(모두)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또 “미국과 북한간에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면서 “지금 이뤄지고 있는 남북대화가 미국과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로 이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로 조성된 남북 관계개선 분위기를 신중히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결과물에 집착하지 않고, 북미관계 개선이라는 여건을 우선 마련해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이 합의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각오로 보인다.
그런 차원에서 오는 25일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상임고문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이방카 상임고문이 북미대화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가져올 경우 남북 관계개선 역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개헌 역시 문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을 위해 국회에서 개헌안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정부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엔 “더 이상 기다릴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책기획위원회에 정부 개헌안 마련을 지시했다.
정책기획위는 국민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음달 13일까지 자문안을 마련해 보고하기로 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일정상 최소 3월말까지는 발의돼야 한다. 문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개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건 것도 국회에만 맡겨놓을 경우 간신히 생긴 개헌 동력이 또 다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 개헌 실패는 반면교사다.
청와대가 자체 개헌안 마련으로 정치권을 압박하면서 국회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자유한국당은 연말 개헌을 주장하면서도 최근에는 자체 개헌안을 마련해 여권의 개헌공세에 맞불을 놓는 방향으로 전략을 잡았다.
다만 여야가 합의해 개헌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청와대발 개헌안이 여소야대 국회를 통과할지도 별개의 문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회에서 합의한다면 (정부는) 그대로 따를 것”이라며 “국회가 합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헌안을) 내봤자 통과가 안 된다”라며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 메인프레스센터(MPC)를 방문해 내외신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