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미국발 통상압박에 당당한 대응을 선언했다. 우리 정부의 자금지원을 요구하는 GM의 군산공장 폐쇄발표에 자금지원 검토가 아닌 범정부 차원의 군산지역 직접지원으로 대응키로 했다. 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 부과 움직임에 대해서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검토로 맞불을 놓았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산업부도 이날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한미 양자간 협의가 결렬될 경우 WTO 제소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군산지역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군산지역으로서는 설상가상의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협력업체들까지 이어질 고용 감소는 군산시와 전라북도 차원에서는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범정부 차원에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함께 ‘군산경제 활성화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군산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어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과 고용위기지역 지정 등 제도적으로 가능한 대책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실직자 대책을 위해서는 응급 대책까지 함께 강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실직자 응급 대책’이다. 군산공장 폐쇄가 현실화돼 실직자가 다량 발생하는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해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로, 지역 일자리를 가지고 거래하려는 듯한 GM측의 시도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본사 이자놀이 등 ‘먹튀 논란’이 있는 GM이 요구할 각종 공적자금을 차라리 군산지역에 직접 투입하는 것이 지역 및 국내 경제에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도 보인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미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보호무역 조치에도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군사·외교적으로 전통적 혈맹인 미국이 먼저 ‘무역에서는 동맹이 아니다’라는 신호를 노골적으로 보내는 것에 대한 정면 대응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미국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미국이 그것을 약점삼아 우리 경제를 볼모 삼는 것에는 미리 선을 긋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최근 환율 및 유가 불안에 더해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며 “특히 철강, 전자, 태양광, 세탁기 등 우리 수출 품목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 확대로 해당 산업의 국제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수출 전선의 이상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그러한 조치들이 수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며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WTO 제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나가고,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적극 주장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그와 같은 도전들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우리가 많은 도전을 이겨냈듯이 정부와 기업이 합심하여 노력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대응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또한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혁신성장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의 적극적인 추진을 통해 수출을 다변화하는 기회로 삼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의 통상압박과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세이프가드는 양자 협의 중이고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분쟁해결 절차로 간다"며 "최종 결론이 난다면 WTO 제소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1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