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면세업계 1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철수를 결정한 후 화장품 업계가 후폭풍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후속 사업자로 유력한 신라면세점이나 신세계면세점이 7월부터 영업을 승계받더라도, 롯데면세점에서의 매출 규모가 컸던 것이 부담이다.
20일 관세청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은 지난해 1조120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의 절반은 화장품과 향수다.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철수를 결정한 배경은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임대료 부담이 더욱 커진 탓이다. 화장품 업계로서는 중국인의 방한이 사드 후폭풍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압도적 플레이어가 이탈하자 면세채널 매출이 자칫 더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구역에 해외로 떠나는 인파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롯데면세점은 국내 면세점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면세업계 전체 매출의 70%는 시내면세점, 30%는 출국장에서 발생하는데 롯데 인천공항면세점의 경우 출국장 전체 면세점 중 매출 3분의 1을 차지하는 플레이어에 꼽힌다.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이 지난해 기록한 1조1209억원의 매출액은 명동본점(3조1619억원) 다음으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5721억원)이나 롯데면세점 제주점(4783억원)에 비해 매출 규모가 크다. 특히 롯데면세점 제1터미널 연간 매출 중 화장품과 향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48%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강수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천공항 면세점 중) 롯데면세점에서 발생하는 매출 규모가 컸기 때문에 롯데의 철수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서도 최대 실적을 유지한
LG생활건강(051900)의 경우 지난해 면세점 매출액(1조412억원)이 전년 보다 1.0% 증가하며 선방했지만,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지난해 면세 매출이 1조103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면세채널에서의 매출은 관광객이 준 탓에 전년에 비해 26.4%나 줄어든 상황이다.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수량 제한을 강화한 것도 면세점 매출 급락에 영향을 줬다. 이 회사 면세매출 중 출국장 비중을 평균수치인 30%로 가정할 때, 출국장 매출 3분의 1 수준의 롯데면세점 철수는 아모레퍼시픽 면세 매출의 10% 가량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3월중 인천공항공사로부터 사업권 해지 승인을 받으면 120일간 의무 영업을 마친 뒤 1터미널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이에 인천공항공사는 롯데면세점의 후속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롯데가 반납을 신청한 여객터미널 동편, 탑승동 면세점은 경쟁입찰 후 선정된 후속사업자가 오는 7월이후 영업을 잇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인바운드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면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며 "상반기 중 화장품 기업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