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한국과 미국 간 '통상전쟁'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꾸준히 한국을 향해 통상압박을 가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미국의 거센 보호무역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강한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뾰죡한 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불공평한 협정이라고 비판했고 결국 올해 들어 개정 협상에 돌입했다. 미국은 연이어 삼성·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했고, 아직 최종안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수입 철강에 대해서도 고율의 관세부과와 쿼터 등의 권고안이 발표됐다. 특히 한국은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특정국에 포함돼 더욱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연이은 미국의 통상압박에 정부는 강력한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미국의 불합리한 보호무역조치에 대해 WTO 제소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20일 춘추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미국을 비롯한 우리의 주요 교역 파트너들과의 통상문제에서 우리 국익을 확보한다는 관점에서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그 잣대가 WTO협정을 비롯한 국제규범이고, 필요할 경우 과감히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미국의 압박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통상압박이 거세지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지층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역적자 폭 줄이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한국 수출을 견인했던 반도체도 미국 통상 압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지난 1년 동안 미국이 분석하고 준비했던 통상압박 수단들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통상압박에 세이프가드와 무역법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고, 반도체에 대해서는 어떤 근거 조항으로 접근해올 지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뾰죡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철강의 경우 산업부는 미국 정부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민관이 함께 미 정부, 의회, 업계 대상으로 외부접촉(아웃리치)에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앞서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도 정부는 한국산 철강이 미국의 '철강 안보' 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음에도 결국 결과는 한국에 가장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 때문에 정부의 현재 대응 방안에 실효성이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통상당국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겠지만 당장 큰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큰 틀에서 상호신뢰와 동맹관계 회복이 중요하고,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