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바이오시밀러는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국내 제약업계가 여전히 혁신신약보다 후발의약품 연구개발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기술과 자본력을 축적한 뒤 최종적으로 신약 개발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제약사에 오르는 첫째 조건은 전세계에서 팔리는 신약 보유다. 경쟁력을 갖춘 신약을 개발한 업체는 단숨에 글로벌 제약사로 명성을 얻는다. 보통 단일품목 기준 연매출이 10억달러(1조원) 이상이 팔리면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여겨진다. 전세계 매출 10대 의약품 중 7개가 바이오신약이며,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모두 신약이다. 바이오신약 '휴미라'는 전세계 매출 1위 의약품으로 18조원 이상이 팔렸다.
특정 지역에 한정짓지 않고 전세계에 자체적으로 약을 공급하기 위해선 제약사의 연매출이 10조원을 넘어야 한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전세계를 상대로 마케팅과 재고관리 등을 원활하게 수행하려면 제약사들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바이오시밀러를 팔아 지난해 1조원에 육박한 매출을 올려 글로벌 제약사 도약에 한단계 다가갔다는 평가다.
바이오시밀러는 글로벌 제약사보다 자본력이 미진한 국내 제약업계에 해외진출 돌파구로 자리잡았다. 바이오신약보다 짧은 개발 기간과 적은 투자비용이 소요된다. 실제 바이오신약을 개발하는 데 10~15년 1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바이오시밀러는 5~10년 2000억원 비용으로 경제적이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는 후속의약품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선행 의약품이 있어 기술 진입장벽이 낮지만 신약보다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후발의약품은 신약의 특허만료에 맞춰 출시된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신약의 시장규모 일부를 점유하는 게 목표다. 오리지널 바이오신약의 시장 규모가 작으면 바이오시밀러의 기대 수익도 낮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경쟁사들이 특허만료에 맞춰 같이 출시되기 때문에 경쟁도 심화된다. 글로벌 매출 10대 바이오의약품 중에서 특허만료 됐더나 앞둔 제품은 8개다. 전세계적으로 400개 이상의 바이오시밀러가 개발되고 있다. 그만큼 후발 시장을 두고 경쟁이 치열한 셈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는 초기 단계에서, 높은 개발비용과 실패확률, 장기간의 개발기간이 소요되는 오리지네이터(바이오신약)에 치중하기 보다 바이오시밀러를 선택했다는 것은 적절한 전략"이라며 "다수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네이터의 특허만료가 유사한 시기에 한꺼번에 도래하면서 촉발된 바이오시밀러의 경쟁은 향후 5~6년 내 승자가 결정되고 시장의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 수익을 R&D에 재투자해 바이오신약으로 나가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셀트리온은 이미 신약개발 업체로 진화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공개한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은 6개다. CT-P19(광견병), CT-P24(B형 간염), CT-P25(독감백신), CT-P26(유방암), CT-P27(유행성·계절성 독감), CT-P26(폐렴백신) 등이다. 편의성을 높인 피하주사제형 '램시마SC' 바이오베터도 개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와 파트너십을 통한 신약 개발에 나섰다. 급성 췌장염 치료 후보 제품인 'TAK-671'의 공동 개발에 착수한다. 다른 바이오 신약으로 협력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제약업계 신약 R&D도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종근당, 녹십자, 대웅제약, LG화학, SK케미칼, JW중외제약 등 전통제약사들뿐만 아니라 제넥신, 지트리비앤티, 바이로메드, 크리스탈지노믹스, 펩트론, 신라젠, 아이진, 레고켐바이오 등도 해외진출을 목표로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은 바이오시밀러를 기반으로 신약개발 국가로 성장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해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와 신약 공동개발을 추진한다.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확보한 연구 개발 역량을 신약 개발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 모습.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