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치매노모 폭행치사 혐의 60대 아들, 상고심서 "무죄"

대법, 징역 10년 선고한 항소심 파기…"상해 증거 없다"

입력 : 2018-02-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80대 치매 노모를 폭행해 숨지게 한 60대 아들에 대해 대법원이 범행 동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노모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고법에 되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평소 술을 먹으면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는데 당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피해자에 대한 기초생활수급자 심사에서 탈락하자 화가 나 상해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노씨가 어머니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상해의 발생 원인에 관한 전문가의 소견이 나뉘는 점을 고려할 때 당시 출동한 구조대원의 피해자에 대한 직관적인 관찰만으로 피고인의 범행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폭행 사실을 추측하여 경찰에 신고까지 하였던 응급실 담당 의사도 법정에서 폭행을 의심한 것은 단지 관찰소견에 불과한 것이지 넘어져 그와 같은 상처를 입을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강조했다.
 
또 "원심은 반대되는 증거 등을 종합해 객관적인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점들에 대해 논리와 경험법칙에 맞게 면밀하게 심리하지 아니한 채 박모씨의 부검감정서 및 최초 피해자를 발견한 관련자들의 추측성 진술에만 의존한 나머지 노씨가 상해를 가했다고 단정해 유죄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산불감시원으로 일하던 노씨는 지난 2015년 10월 불상의 이유로 격분해 당시 86세로 치매 초기 증상이 있던 어머니의 머리채를 잡고 얼굴 부위를 불상의 장소에 내려찍는 방법으로 두개골과 목등뼈 골절상을 입혔다. 이로 인해 노모는 폭행 사흘 만에 뇌 손상 및 목등뼈 부위 손상으로 인한 심폐기능정지로 사망했다.
 
지난해 1심은 노씨에게 "고령인 어머니에게 상해를 가한 행위는 인륜에 반하는 범죄이고 피해 결과가 중해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 순간적으로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피해자의 상해를 넘어져서 다친 상해로 인정하기는 어렵고, 폭행에 의한 상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피고인이 마신 술과 경제적 어려움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상해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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