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삼성전자(005930)의 50대1 액면분할과 관련해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 기관이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거래정지 기간 동안 프로그램 매도에 따른 시장 혼란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는 내달 23일 열리는 삼성전자 주주총회를 앞두고 거래정지 기간 단축 등을 논의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총을 기점으로 액면분할 절차가 본격화할 것을 감안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에 따른 거래정지 기간 동안 대량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삼성전자를 담고 있는 금융상품에서 거래정지에 따른 추적 오차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매도한 뒤 재상장이 진행된 이후 되사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거래가 정지되더라도 관련 ETF는 거래가 이뤄지는데, 증시 상황이나 관련 이슈에 따라 투자자들이 ETF 등을 매매할 경우 거래정지 기간 동안 순자산가치 괴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2000년에 시가총액 2~3위를 기록했던 SK텔레콤 액면분할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는데, 당시 이틀의 거래정지 기간 직전에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총 4402억원의 차익 프로그램 매도가 나왔다"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는 이벤트에 대해 손이 빠른 투자자들의 대응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에는 ETF 규모도 크지 않았고 시장의 프로그램 매매 규모도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전체 ETF 325개 중 84개가 삼성전자를 담고 있는 데다 시장의 전체 프로그램 거래 규모도 크다"면서 "코스피와 코스피200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은 20%, 26% 수준이어서 과거 SK텔레콤에 비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래정지 없이 액면분할을 진행하는 '무정차 거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현 제도상 거래 정지 없는 액면분할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TF에서 순자산가치 괴리율 위반을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본다"면서 "운용사들이 삼성전자를 팔고 되사는 식의 거래를 하면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 생길 수밖에 없어 거래소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결정에 대해 한국거래소를 포함한 유관 기관이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거래정지 기간 동안 프로그램 매도에 따른 시장 혼란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