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폐쇄하는 등 철수설 논란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국내 완성차업체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이어 내수시장 3위를 지켜오던 한국지엠이 이번 사태의 영향으로 쌍용차와 르노삼성이 내수시장 3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무섭게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수입차 업체의 도전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에 대한 산업은행의 실사가 이번 주말에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실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신차배정 결정과 노사간 협상, 차입금 만기도래 등 넘어야 할 산들이 산적하다. 실제 실사가 진행된다고 해서 모든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국지엠 사태가 언제쯤 마무리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최소 1~2개월은 이런 상태로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지엠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바로 판매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지엠은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차에 이어 내수시장에서 3위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해 내수판매량은 12만2377대로 쌍용차(10만6677대)와 르노삼성(10만537대)을 앞섰다. 그러나 4위를 기록한 쌍용차와 불과 1만5700대 차이에 불과한 상황이다. 폐쇄가 결정된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지난해 생산한 2만여대 중 1만여대는 내수시장에 팔렸다. 언제든지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판매량을 살펴보면 더욱 위태로운 모습이다. 한국지엠은 지난 1월 내수시장에 7844대를 판매했다. 4위를 차지한 쌍용차는 7675대를 팔았다. 판매량 차이가 불과 169대다. 여기에 완성차는 물론 수입차 업체까지 3위 경쟁에 뛰어들 분위기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1월 국내에 총7509대를 팔았다. 벤츠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역대 최대 1월 판매량이다. 특히 이런 판매량은 국내 완성차 업체인 르노삼성 판매량(6402대)까지 따라잡은 수치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게 한국시장이 결코 우호적인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쌍용차와 르노삼성이 한국지엠 소비자들을 흡수하지 못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수입차를 포함한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6년 64%를 기록했던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2017년 66%까지 올랐다. 올해는 내수 점유율이 더 높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완성차 5사와 수입차 전체를 포함해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67.7%(현대차 38.5%, 기아차 29.2%)를 기록했다.
한국지엠은 올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에퀴녹스’를 수입해 판매할 예정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군산공장 폐쇄와 철수설 이슈가 끊이지 않으면서 에퀴녹스 판매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동급의 중형 SUV 싼타페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에퀴녹스 대기 수요를 끌어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싼타페는 사전계약 첫날 8192대가 계약됐고, 영업일 2주만에 사전계약 1만4243대를 기록하는 등 중형 SU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시장 3위의 한국지엠이 흔들리면서 당분간 판매량 등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 내수시장 순위 지각변동은 그 어느때보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동조합 군산지회 조합원들이 24일 전북 군산 소룡동 자동차융합기술원 입구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