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팀장 등을 26일 추가로 기소하면서 사이버 활동에 동원된 민간인 외곽팀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8월 국정원의 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지 6개월여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이날 심리전단 팀장 등 3명과 민간인 외곽팀장 5명,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간부 1명 등 총 11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수사 기간 6명을 구속기소하고, 2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국정원 간부로는 원세훈 전 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유성옥·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등 4명을 기소했다. 또 외곽팀을 관리한 심리전단 직원 7명, 중요 부분을 위증한 심리전단 직원 2명을 기소했다. 외곽팀장 12명, 양지회 관련자 5명은 모두 불구속기소됐다.
원 전 원장 등은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심리전단과 연계된 외곽팀의 온·오프라인 불법 정치 활동에 관한 활동비 명목으로 수백 차례에 걸쳐 국정원 예산 총 65억원 상당을 지급하는 등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혐의를 받고 있다. 심리전단 직원과 외곽팀장은 같은 기간 원 전 원장 등과 공모해 인터넷 사이트에 글·댓글 게시, 여론조사 찬반투표, 트위터를 통한 트윗·리트윗 등 활동을 하는 등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관여) 등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 부임 직후 국내 현안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심리전단 조직을 확대하고, 정권에 반대하는 인사·세력을 '종북세력'으로 규정지은 후 종북세력 비판과 국정 홍보 강화 활동을 지속해서 지시하고, 직접 외곽팀 편성 방침을 하달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팬클럽 관계자 등 정치적 편향성이 두드러진 보수·우파 논객까지 외곽팀장으로 영입해 거액의 활동비를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확보한 심리전단의 '젊은 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이란 보고 문건에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2030세대 상당수가 야당을 지지해 2012년 대선의 핵심 변수로 등장했다는 분석과 함께 ▲게임·웹툰 등 콘텐츠 확산 ▲젊은 층 인기 공간 집중 공략 ▲정책홍보 강화로 국정 이해도 제고 등의 계획을 수립·시행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2012년 5월 개최된 원 전 원장 주재 전부서장회의에서 '院의 사이버 대응 활동으로 총선을 거치면서 좌파 일색의 여론지형이 변화되고 있다'고 보고된 내용도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달 4일 법원에 원 전 원장의 재산에 대해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했고, 법원은 그달 12일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추징보전은 재판 중이나 형 확정 전 피고인이 범죄수익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 정치관여·선거운동을 하는 외곽팀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불법 지출한 사실을 규명하고, 원 전 원장의 재산에 추징보전 조치를 하는 등 혈세 낭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