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갈림길에 선 한국 자동차산업

입력 : 2018-02-28 오전 6:00:00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량은 411만대로 전년보다 2.7% 줄어들었다.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2년 연속 감소했다. 나라별 자동차 생산량 순위에서도 2016년 인도에게 5위를 빼앗긴데 이어 지난해 간신히 6위를 지켰다.
 
올해 전망은 더욱 어둡다. 우선 국내 자동차업계의 선두주자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목표가 755만대로 목표량 기준으로 전년대비 100만대 감소했다. 지난해 한 증권사에서는 ‘병든 HMG’라는 제목이 달린 리포트를 내놓은 바 있다. 국내외에서 판매부진을 겪는 현대차그룹을 겨냥한 리포트였다. 현대차가 큰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고전하면서 앞날에 대한 깊은 우려가 담긴 것이었다. 그런 우려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이제는 환율의 도움도 받기 어렵다. 그러니 현대차가 올해 설정한 목표마저 달성할지 의문이다.
 
게다가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를 선언했다. 연간 25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군산공장은 지금까지 가동률 20%선에 머물러 있었지만, 그나마 이제 완전히 멈추기 직전에 몰렸다. 나아가서 한국지엠의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의 운명도 알 수 없다. GM이 이들 두 공장마저 철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아직은 단정하기 어렵다.
 
사실 지금까지 GM이 한국지엠을 다룬 행태를 보면 군산공장 폐쇄도 부당한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흔히 한국지엠 부실화의 요인으로 노동자의 과도한 인건비나 낮은 생산성이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렇지만 사실 GM의 무책임하고 무능한 경영 탓이 훨씬 더 크다. 이를테면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해마다 60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GM 본사에 헌납했다고 한다. 그 기간 중 쌓인 적자규모에 육박한다.
 
GM은 이밖에도 갖가지 명목으로 마치 곶감 빼먹듯이 한국지엠으로부터 자금을 우려갔다. 이런 구조 아래에서는 한국지엠의 원가율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아무리 노동자들이 양보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도 흑자내기는 어렵다. 그런 무책임한 부실경영의 유탄을 군산공장이 고스란히 맞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부실경영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이러려고 대우차를 GM에 매각했나 싶을 정도이다. 지나간 일은 충고할 수도 없고 후회해 봐야 소용이 없다. 그렇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그 당시 더 좋은 방법은 없었을까 하고 곱씹어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렇듯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을 선도해야 할 현대차와 한국지엠이 지금 나란히 병통에 시달리고 있다. 생산량이 감소된 것은 결국 이런 병통에서 비롯된 자연스런 결과에 다름 아니다. 최근까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양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런 성장에 취해서 병통이 깊어지면서 질적인 성장까지 제약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대오를 재정비해야 한다. 당분간 양적인 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질적인 도약을 모색할 시점이다. 그런데 해묵은 병통을 해결하지 않고는 안된다. 아무리 공장을 많이 짓고 설비를 늘려도 사상누각일 뿐이다.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자세로 질적인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잃어버린 고객도 되돌아온다. 양적인 성장은 질적인 향상에 의해 주어지는 자연스런 선물이다.
 
당장 급한 것은 부실화된 한국지엠의 향방이다. 왜 부실화됐는지 정확하게 밝혀낸 다음 회생방안을 새로 짜야 하는 것이다. 한국지엠에 대한 실사가 곧 시작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GM은 과거 제2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재무실사나 감사조차 거부해왔다. 그런데 이제 실사를 수용한 것을 보니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정부는 GM 측에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해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 장기 지속 가능한 정상화 방안 마련 등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핵심은 대주주의 부실책임 규명과 회생과정의 역할이다. 과거 기아자동차나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주주가 책임질 능력과 의지가 없었기에 결국은 남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GM이 한국지엠에 대한 27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출자전환한다거나 일부 만기연장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그렇지만 아직은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 이런 불투명과 불확실을 확실히 제거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회생방안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한국지엠은 물론 자동차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지금 재도약과 추락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 앞날은 앞으로 1~2개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차기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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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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