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올해 첫 연가를 내고 관저에서 휴식을 취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누적된 피로를 풀고 ‘포스트 평창’ 국면을 대비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2월초부터 정상회담 관련 업무 등으로 주말에도 계속 공식, 비공식 업무가 있었다”며 “휴식이 필요하다는 참모진의 건의를 받아들여 연가를 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여민관에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서 휴식을 취했다. 매일 아침 진행해온 임종석 비서실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등과의 비공개 티타임 회의도 취소했다.
휴식을 취한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이후, 소위 ‘포스트 평창’ 준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크게 북한문제, 경제문제, 정치문제 등이 언급된다.
우선 평창올림픽 계기로 시작된 한반도 해빙모드를 이어가는 것이 급선무다. 일단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북한은 개막식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보낸데 이어 폐막식에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보내면서 관계개선 모색에 나섰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 “대화 용의가 있음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며 북미대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미국 쪽에서도 의미 있는 신호가 감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그들은 대화를 원하고 있으나 우리는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면서 “북한이 처음으로 대화를 원하고 있고,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 압박이라는 기존 자세는 유지하고 있지만, 대화 가능성 자체는 문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 평창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한한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서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그간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함께 진전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점을 감안하면, 일종의 ‘한반도 운전자’이자 ‘북미간 중매자’로 모처럼 열린 대화국면의 속도와 방향 설정 등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이슈는 경제문제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문제와 미국의 통상 압박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급부상했다. 군산공장이 폐쇄되고 GM철수가 현실화된다면 대량실업 사태가 현실화 된다. 또 미국의 통상 압박이 장기화될 경우, 기껏 살아나기 시작한 수출중심의 한국경제 회복세가 주춤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제대로 안착되기 전 근로시간 단축이 공론화 된 것도 변수다. 이 주제들은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일자리나누기, 휴식 있는 삶 등과 관련된 이슈지만, 중소기업에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기도 하다. 청와대 경제 컨트롤타워의 세심한 정책추진이 필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은 정치이슈로 대표적으로 6월 개헌이 거론된다. 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선공약인 6월 지방선거 동시개헌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부정적이다. 여소야대 국면에 6월 지방선거까지 겹쳐 야권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청와대와 여권이 어떤 해법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각종 적폐청산도 문 대통령이 임기내내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슈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