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일찌감치 아세안·CIS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이 실적 결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 수출도 큰 폭으로 개선되며 미·중 등 보호무역 분쟁에 근본 대처할 수 있는 대체시장으로 급부상 중이다.
27일 업계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전자제품 판매법인(SEA)이 약 700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베트남에 신규 투자한 공장들이 본격 가동되며 실적이 오름세를 보인다. 지난해 베트남 통신제품 생산 및 판매법인(SEVT)은 3조43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2조6414억원에서 큰 폭의 도약을 이뤘다. 현지 디스플레이 생산법인(SDV)도 전년 981억원의 순손실에서 지난해 1조2573억원의 흑자로 전환했다.
현대차는 러시아 내 완성차 제조 및 판매법인(HMMR)의 순이익이 78.5% 증가했다. 반면, 미국 생산법인들은 실적이 저조했다. 미국 내 HMMA는 전년 2943억원에서 1150억원으로 순이익이 줄었고, HMA는 -3418억원에서 -8681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무역업을 하는 LG상사의 경우도 미국과 중국 내 자회사들의 실적이 대체로 부진했다. 중국 광저우에서 철강재가공업을 하는 자회사는 실적이 거의 반토막 났다. 반면, 인도네시아에서 유연탄을 취급하는 다수의 자회사들은 대부분 전년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1000% 넘게 순이익이 급증한 곳이 눈에 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러시아 이고르 레비틴 대통령 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방업체를 따라 후방업체도 비슷한 양상을 띤다. 삼성전자의 전자부품 협력업체 A사는 “미국 보호무역조치 등으로 수출 악화 문제가 상존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베트남 등지에서 수출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협력업체 B사는 “중국과 동남아지역에 각각 생산법인을 설립했는데 최근 중국법인은 가동률이 30% 정도까지 떨어진 반면, 동남아법인은 80% 가까이 올랐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산업 수출 전반에 두드러진 현상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대아세안 수출은 27.8%(전년 -0.4%) 증가해 연간 수출액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아세안 주요국의 전자산업 성장,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전자, LG전자 등 모바일기기 생산을 위한 반도체칩 수요 증가로 반도체 수출이 57.8%나 올랐다. 일례로 필리핀에 진출한 삼성전기, PSE 등 1차 반도체 가공업체의 반도체 수요가 늘었고, 싱가포르 전자산업도 호조세를 지속해 수요를 견인했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CIS지역 수출도 33.7%나 급증했다. 전년 -2.8%에서 급반전한 것이다. 이 지역에선 가정용 가전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출이 호조세를 보였는데, 특히 자동차 수출 증가 폭이 컸다(49.9% 증가). 러시아의 자동차 딜러사는 현대차 등 한국산 자동차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해 올해도 판매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지역은 정부가 신북방·남방 정책으로 시장 개척의 드라이브를 거는 곳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등 무역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지역이 기존 생산거점의 가치를 넘어 대체시장으로서 재조명받고 있다. 앞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미국 보호무역 조치에 적극적 대응을 지시하면서 특히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의 추진으로 수출을 다변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