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미 관세 부과 '발등에 불'

중국 등 다른 국가 보복 관세도 촉각

입력 : 2018-03-04 오후 3:55:42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키로 해 국내 철강업계도 비상이다. 당초 예상했던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에서 시작한 보호무역주의가 전세계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4일 미국의 철강수입 제재 대상국에 한국이 제외돼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서한에서 한국과 미국이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역사적·군사적 혈맹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은 미국 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경제적 우방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한국 철강업계는 당초 예상했던 53% 고관세 부과라는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수출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한다.
 
지난달 17일 정부와 철강업계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대응과 관련해 민관 합동 대책회를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은 이미 한국산 철강재 88%가량에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포스코의 냉간압연강판과 열연강판은 각각 66.04%, 62.57%의 관세가 부과됐다. 현대제철 냉간압연강판도 38.22%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철강재에 25% 관세를 추가할 경우 최고 91.0%에 달하는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세아제강과 휴스틸, 넥스틸 등 강관 제조사들의 수출 회복 기조에도 찬물을 끼얹는다. 이들이 생산하는유정용 강관은 미국 내 원유나 셰일가스 채취에 사용되며 관련 산업도 확대되는 가운데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철강재 354만t 가운데 강관은 202만t으로 전체 57%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미국은 연례재심 예비판정을 통해 유정용 강관을 수출하는 넥스틸(46.37%)과 세아제강(6.66%) 등에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 25%가 추가 부과될 경우 최대 70%가 넘는 관세를 내며 수출해야 한다.
 
강관 제조사들은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녹록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철강 생산공장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미국의 최종 결정을 보고 결론 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나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의 보복 관세 부과 움직임도 철강업계에 부담이다. 특히 한국의 가장 큰 철강 수출국인 중국이 미국에 맞서 한국산 등 외국산 철강재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결론은 피했다고 하지만 미국에서 시작한 관세 전쟁이 다른 국가로 전이되는 모양새"라며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는 이상 수출 피해는 번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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