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치권을 강타한 ‘안희정 파문’의 여파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터진 ‘초대형 악재’에 직격탄을 맞은 더불어민주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등 진화에 나섰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민주당에 총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은 지난 5일 안 전 지사에 대한 제명 및 출당 절차를 밟으며 강경 대응에 나선데 이어 6일 예정된 원내대책회의를 취소하고 당내 젠더폭력대책 태스크포스(TF) 긴급회의를 열어 안 전 지사 파문과 정치권 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논의했다.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의 공개사과도 잇달았다.
남인순 젠더폭력대책TF 위원장은 긴급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지사를 형법과 성폭력특별법 등 관련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며 “추가 피해가 있는지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젠더폭력대책TF를 당 특별위원회로 격상해 당 차원에서 성폭력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국회에 독립 인권센터를 설치해 성폭력과 인권 전반에 대한 교육·상담·예방 관련 업무를 추진하기로 했다.
야당은 안 전 지사 파문의 책임을 민주당에 물으며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한국당 여성의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안희정 지사의 성폭력 사건은 정치권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며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며 “여성을 권력으로 추행하고 폭압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여성폭력 관련 TF를 구성하고 ‘위드유(with you)’ 운동을 개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도 해당 논란에 대해 특검을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또 미투 운동과 관련해 국회 여성가족부 현안질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민주평화당도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용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누구인지 안 지사는 스스로 밝혀야 하고, 법의 엄정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가 몰고 올 후폭풍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와 3개월 후 있을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이 또다시 어떤 폭로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파문은 여당 입장에선 그 파장을 가늠하기 조차 힘든 대형 악재다. 60%를 웃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와 50%대인 당 지지율에 기반해 수도권 싹쓸이와 부산·경남에서의 약진을 노리던 민주당은 지방선거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안 지사의 성폭행 파문은 당장 충청권 지역의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민주당 소속의 충청권 예비후보들은 이날 선거 운동을 멈추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몸을 낮췄다. 지난 대선에서 안희정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충남도민께 올리는 글’을 통해 “너무나 충격적이다. 안 지사의 친구이기에 더욱 고통스럽다”며 “이 시점부터 도지사 예비 후보로서의 선거 운동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야당은 ‘안희정 파문’으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다만 민주당을 향해 터지고 있는 미투 운동이 언제든지 야당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내심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해 6월 제주시 라마다프라자제주 호텔에서 열린 제8회 제주인권회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