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백복인 KT&G 사장의 연임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며 이번주 열리는 주주총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대주주인 IBK기업은행이 백 사장의 재선임에 반대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핀 가운데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경제개혁연대측 등은 그의 재선임을 찬성한다는 정반대 의견을 내놔 주총 당일까지도 표심의 향배는 안갯속에 빠질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16일 오전 10시 대전본사에서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백 사장 연임 등을 안건으로 상정한다. 백 사장이 연임하기 위해선 출석 주주 지분의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하고, 이 비율이 발행주식총수 4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 KT&G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9.09%)이고 기업은행(6.93%)이 2대 주주다. 특히 지분 53.18%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표심이 중요하다.
KT&G는 백 사장이 2015년 취임한 이후 글로벌 사업을 집중적으로 투자·육성해 사상 최대 실적을 매년 경신한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 KT&G는 지난해 '해외매출 1조원 시대'를 여는 등 해외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도 백 사장 연임에 호의적이다.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사 ISS는 백 사장의 연임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이 개별 기업의 사정을 세부적으로 알지 못해 의사 결정을 할 때 ISS 보고서에 많이 의존한다는 점을 감안할때 백 사장 연임에 긍정적 요소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경제개혁연대 자매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도 백 사장 연임에 찬성 의견을 권고하며 연임에 힘을 실어준 상황이다.
그러나 그의 연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2대주주 기업은행은 KT&G의 사장 후보 결정 과정이 불공정하고 백 사장이 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고발돼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있다며 백 사장 연임에 반발하고 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지난 2월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백복인 사장 연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서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30일 오후 사장 공모를 발표한 이후 단 이틀간 지원 서류를 접수했다. 서류 심사는 하루 만에 마쳤고, 다음 날 면접을 통해 백복인 사장을 단독 후보로 정해 이사회에 보고했다. 지원 자격도 전·현직 전무 이상 내부인사로만 한정했다. 백 사장 연임을 지원하기 위한 사장 공모 절차였다는 이른바 '셀프연임' 논란이 일고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KT&G 관계자는 "사추위는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돼 있고 이번 사장 공모 절차는 사추위가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결정했다"며 "지원 자격을 제한한 것은 담배사업의 전문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도 사장 후보 선임 절차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백 사장 연임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사장 연임이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백 사장 연임을 결정한 지난달 5일 KT&G 주가(종가 기준)는 10만4000원이었지만 12일 주가는 9만8600원으로 5.29% 하락했다.
일각에선 주총을 앞두고 기업은행 등 기관투자자가 민간 회사의 사장 교체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거는 것을 두고 '관치'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정부(기획재정부)가 최대주주(지분 51.8%)인 국책은행이다. KT&G가 민영화됐다지만 여전히 담뱃세 등 국가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으로, 기재부가 기업은행을 통해 지배력을 놓지 않으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의혹이 일자 KT&G 노조는 지난달 22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정부는 KT&G에 대한 경영개입과 낙하산 인사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KT&G 관계자는 "주총이 임박한만큼 결과를 기다릴 뿐"이라면서도 "반대하고 나선 기업은행의 정확한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KT&G 내부에서는 정부의 영향을 받는 기업은행이 사장인사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민간기업 인사불개입 원칙을 정면으로 어기는 행위가 아니냐는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KT&G는 외국인 지분이 절반을 넘어 민영화 된 공기업 중 그나마 정부 눈치를 덜 보는 편이어서 그동안 내부 출신 인사가 어렵지 않게 대표에 오를 수 있었다"며 "이번만큼은 변수가 많아졌고 아직 찬반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은 국민연금과 외국인투자자의 표심이 주총 당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차기 KT&G 사장으로 재추대 된 백복인 사장. 사진/KT&G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