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대미통상교섭 야당도 ‘조약돌’ 보태야

입력 : 2018-03-14 오전 6:00:00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 조치에 서명했다. 안보를 이유로 수입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에는 25%, 알루미늄에는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조치였다.
 
이 조치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산은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한국은 예외를 인정받지 못했다.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유일하게 고율관세 부과대상에 올랐던 것에 비하면 다행이다. 그렇지만 관세 부과대상의 제외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막지 못한 것이다.
 
한국은 세탁기에 이어 또다시 철강 관세문제가 제기되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5일 미국으로 건너가는 등 이번 주까지 3주 연속 미국을 방문했다. 미국에서 행정부 고위인사와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기 위함이었다. 그 사이 거의 고군분투하다시피 뛰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사실상 북한 핵 문제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남북한 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획기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정부는 이제 관세예외 대상에 들어가기 위해 전방위적인 접촉에 나섰다.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갖고 미국으로 날아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거들었다. 정의용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관세조치에 서명한 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미 대화 결심을 이끌어낸 데 이어 외교국방 인사들에게 관세 예외조치에 한국이 포함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정 실장은 매티스 국방장관과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런 요청을 전달했다. 이들 미국 고위인사들도 적극 챙겨보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김현종 본부장이 고군분투하던 상황에서 백만원군을 얻은 셈이다.
 
이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한국산 철강의 면제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한 서한을 발송했다. 다음주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의 철강관세 조치가 정식 발효되기까지 아직 약간의 시간여유가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호주를 관세조치의 예외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니 정부가 지금 가능한 외교 경제 역량을 적극 동원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이밖에도 통상현안이 즐비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국산 대형구경강관 때문에 자국 기업이 실질적 피해를 봤다고 예비판정했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철상관세 조치와 맞물리면서 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이렇듯 현안이 쌓이고 협상이 진행될 때 힘을 보탤 수 있는 사람들이 또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다. 정부와 업계가 함께 움직이고는 있지만, 충분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우리 경제와 안보상황은 물론 국민들의 의견을 수집해 진솔하게 전달하면서 미국의 태도변화를 유도하는 역할을 야당이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해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잇따라 자행하자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며 미국에 건너간 일이 있다. 그 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 핵을 용인해줄 위험이 있어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채택하지 않은 정책이었다. 미국 역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고려하지 않는 카드였다. 다시 말해 명분도 없고 실리도 기대하기 어려운 대안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자유한국당의 미국 방문은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비해 최근 미국의 통상압력 문제는 명분과 실리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야당은 지금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미국의 통상압력이 한미동맹의 균열 때문이라며 정부를 비난할 뿐이다.
 
통상문제는 외교문제 못지않게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을 좌우한다. 1차적으로 정부가 앞장서서 대응해야겠지만 정부에만 맡겨둬서는 안된다. 야당 역시 작은 조약돌 하나라도 보태야 한다. 야당이 움직여서 미국의 압력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릴 수만 있다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야당은 지금 즉시 교섭지원단을 미국에 파견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차기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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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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