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우리는 중국 선전(Shenzhen) 시를 스승으로 삼을 수 있을까

입력 : 2018-03-14 오후 2:26:47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국 선전 시는 1980년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으로 개방되기 전까지는 인구 30만 명의 어촌마을이었다. 하지만 막대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IT, 드론, 전기차, 인공지능, 스마트폰 등 첨단 산업분야가 크게 발전하며 선전 시는 급성장하고 있다. 500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아시아 1위 기업인 텐센트, 드론 세계 1위 기업 DJI도 선전에서 만들어졌다. 이제는 선전 기업 시가총액이 상하이 기업 시가총액을 추월했으며, 선전의 경제 규모가 홍콩을 추월했다.
 
얼마 전 필자는 국회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는 한국의 혁신성장 전략 토론회에서 중국의 정보기술 동향에 대해 이야기하게 됐다. 중국 정보기술의 최첨단 분야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전 시의 혁신적인 양상을 강조하게 됐다. 최근 10여 년 워낙 짧은 시간에 급성장하다 보니 선전 시에 대한 자료는 제한적이었지만 문헌 조사를 기초로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첫 번째 키워드는 모방과 인수이다. 우리는 중국하면 아무래도 짝퉁 제품이나 대륙 시리즈를 연상하게 된다. 실제로 삼성이나 애플의 산쟈이 (山寨: 짝퉁) 제품을 만들던 스마트폰 제조회사들은 이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주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오히려 선두를 달리던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은 이제 5위 이하로 추락했다. 그뿐 아니라 아이폰의 하청업체 폭스콘은 일본의 전자제조 명가 샤프를 인수했다. 중국 제1의 인터넷 및 게임 서비스 기업인 텐센트 또한 초기에는 우리나라 게임회사를 인수해 역량을 확보하더니 이제는 미국, 핀란드의 최고의 게임회사들을 인수하고 있다.
 
두 번째 키워드는 신흥 정보기술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통한 혁신이다. BAT로 잘 알려진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글로벌 서비스와 비슷한 서비스를 중국 환경에 맞게 제공하면서 빠르게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국가전략인 대중 창업·만인 혁신 발전에 발맞춰 스타트업과 함께 혁신을 주도하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선전 시는 이런 측면에서 혁신의 실험장으로 활용된다. 평균 연령 30세, 1000만 명의 도시는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실험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대다수이니 전통적으로 중요시 되던 중국식 관계(관시, 關系)보다 실력이 더 중시된다. 기술적으로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면서 2세대 신흥 대기업들이 출현했다. TMD라고 불리는 뉴스앱 터우티아오(Toutiao), 음식 쿠폰 및 배달 서비스 메이투안 디엔핑(Meituan-Dianping),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추싱(Didi Chuxing) 등이 그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노점상에서 소액 결제도 하고 공유 자전거를 탈 수도 있으며 시범적이지만 전기차가 자율주행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결제로 현금 쓸 일이 없으니 심지어 길거리의 걸인 조차도 QR 코드를 갖고 구걸을 한다 하지 않는가!
 
세 번째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정보기술을 이용한 비즈니스 측면에서 인공지능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인간보다 똑똑한 인공지능 기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는 데이터다. 그런데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데에 중국 선전 시는 엄청나게 앞서가고 있다. 사물 인터넷을 구현할 수 있는 전자부품의 메카이자 매일 수억 명의 사람들이 쓰고 있는 위챗 메신저의 데이터는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이런 서비스를 융합하는 신흥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실험이 계속되면서 인공지능 분야의 엄청난 발전을 이루고 있다.
 
토론의 좌장께서 중국의 정보기술 성장에 어떻게 경쟁할까 묻는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에서 과연 우리는 선전 시와 경쟁할 수 있을까? 중국 선전 시의 정보통신 분야의 범위와 혁신을 통한 발전 상황은 우리의 경제 인식과 현실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조선, 자동차, 소매업, 금융, 부동산 등 기존 산업을 중시하고 정부의 규제도 기존 사업자 보호가 우선적이다. 청년들은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금융·법조계를 선호한다. 정부는 미래 산업과 혁신을 주창하지만 막상 정보기술 회사와 스타트업들은 규제 때문에 신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아시아 최초 인터넷 도입 국가라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중국 선전 시를 스승으로 삼아 정보기술을 활용한 혁신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트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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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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