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논란을 보며

입력 : 2018-02-05 오전 6:00:00
얼마 전 법무부 장관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를 해 큰 논란을 불러왔다.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어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한 유명 작가도 방송에서 가상화폐 열풍에 대해 가상화폐 구조가 가치창출 없이 투기를 끌어 모으는 다단계 판매와 같다며 "인류 역사상 가장 난해하고 우아한 사기사건"이라고 했다. 과연 가상화폐는 폰지 사기나 튤립 투기와 같은 투기적 환상에 불과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대학에서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해 강의를 하면, 20세기 초반에 출현한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철도와 전화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기록에 따르면 산업 초기 미국에만 철도와 전화 사업자가 수백 개에 달했다. 하지만 산업 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장거리 철도 및 전화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는 몇 개 사업자만 살아남고 산업은 재편됐다.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찾을 수 있다. 20세기 말, 전 세계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처음 구현한 우리나라에 수백 개의 인터넷 포털 사업자가 출현했다. 또 포털 사이트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들도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이내 경쟁과 환경 변화로 소수의 포털 사이트만 살아남았다. 작년에 매각됐지만, 닷컴 시대의 대표 스타였던 ‘Yahoo!’는 인터넷 분야의 선두 주자로서 무료 이메일과 뉴스, 금융 정보 등 콘텐츠를 한데 모아 제공해 시가총액이 140조 원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기업 투자는 투기가 아니냐, 버블(거품)이다 아니다 논쟁을 했다. 즉, 인터넷 포털이 유용하긴 하지만 돈은 어떻게 버는지 설명이 불명확했던 것이다. 실제로 배너 광고 외에 뚜렷한 사업모델을 제시하지 못한 Yahoo!의 실적은 투자자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기면서 시가총액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여파로 인터넷 포털에 콘텐츠를 제공하던 다른 회사들의 주가도 동반하락하면서 닷컴 버블이 붕괴돼 인터넷 산업 전체가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현재 시가총액 800조원 이상을 자랑하는 구글 또한 닷컴 버블이 붕괴되던 때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검색 서비스 사업모델에 의구심을 가진 투자자들이 더 이상 돈을 대지 않아 회사가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검색 광고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매출이 급성장해 2004년 주식상장에 성공했고 그로 인해 인터넷 산업 전체가 재도약하게 된다.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와 사기 논란을 보면 닷컴 버블 시절이 다시 연상된다. 가상화폐는 인터넷 도입 초기 포털 서비스처럼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이 제시되지 않았다. 가상화폐를 통해 금융기관 도움 없이 송금, 지불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유용하긴 하겠지만, 가상화폐 시장의 성장이 유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상화폐의 성장을 위해서는 인터넷 포털 사업에서 검색 광고와 같이 시장에서 검증된 사업모델이 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가상화폐가 가치를 발하는 사례도 있다. 필자는 몇 년 전 스탠포드 대학의 온라인 창업 강의를 수강했다. 그 강의는 전 세계적으로 수천 명의 수강생들이 있었는데 강의의 주요 내용은 한 학기 동안 창업과 관련된 이론 및 사례를 설명하고 학기 말에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일반적인 창업 강의의 형태였다. 하지만 어떻게 수천 명 수강생이 쓴 사업계획서를 검토할지 궁금했다. 놀랍게도 교수는 비트코인을 이용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연결해 투자를 많이 유치한 사업계획서를 높게 평가하였다. 비트코인의 실질적 가치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필자가 비트코인을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시점이다.
 
또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들도 금융기관보다 송금 수수료가 적게 드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송금을 한다고 한다. 콘텐츠진흥원에서는 창작자와 저작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비트코인 기반의 블록체인 코인을 만들어 한류 콘텐츠를 수출하겠다 한다.
 
이런 관점에서 가상화폐를 사기라고 단언하고 거래소를 폐쇄한다는 결론을 내기 전에, 사회과학 및 공학 분야의 연구자와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논의를 하고 정책적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 가상화폐 관련 규제안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에서 이런 중요한 문제협의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아쉽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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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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