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STX조선지회는 산업은행의 4월9일 노사확약서 제출 요구를 단호히 거절한다."
고민철 STX조선지회 지회장이 14일 채권단이 요구한 노사확약서 제출을 거부했다. 고 지회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다는 정부와 채권단이 지역과 일자리 등을 무시한 채 결정한 실사보고서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중형 조선사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STX조선해양은 회생 조건으로 40%의 고정비 감축 등 자구계획 실행과 사업 재편을 요구받았다. 특히,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다음 달 9일까지 STX조선해양 노사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사확약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노사확약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STX조선해양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STX조선지회가 채권단의 노사확약서 제출을 거부하면서 STX조선해양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악의 경우 선박 4척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무산과 더불어 성동조선해양과 같은 법정관리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아직 노조에 어떤 안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노조와 합의점을 찾아서 확약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 1500여명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성동조선해양의 앞길은 더 어둡다.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성동조선해양에 금융지원을 지속하더라도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결론을 냈다. 이에 성동조선해양은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됐다. 강기성 성동조선지회 지회장은 이날 "수천명의 노동자들과 지역민들에게 희망고문을 해왔다"며 "정부와 채권단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형 조선사의 구조조정 원칙을 재확인했다. 최 위원장은 STX조선해양에 대해 "자력 생존이 가능한 수준의 고강도 자구노력과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이에 대해 다음 달 9일까지 노사확약이 없는 경우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동조선해양에 대해서도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게 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속노조 결의대회는 이날 성동조선지회와 STX조선지회, 조선업종노조연대 등 1500여명이 참석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