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조선업계, 구조조정 후에도 공급과잉 지속

"정부의 과도한 공적 자금 투입 연명이 시장 질서 흩트려"

입력 : 2018-03-11 오전 11:57:37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중견 조선업계가 정부와 채권단의 구조조정을 통해 재편되지만 조선사 간 수주 경쟁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과 조선 시황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특히 강재 등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중형 유조선(MR탱커) 신조선가는 척당 3400만달러에서 3500만달러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달 척당 3250만달러와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호황기 척당 4500만달러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2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유조선은 30만DWT(재화중량톤수)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16만DWT급 수에즈맥스 유조선, 10만DWT급 아프라막스 유조선, 7만5000DWT급 파나맥스 유조선, 5만DWT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등으로 구분된다. 업계는 VLCC를 제외한 나머지 선종을 중형 유조선으로 분류한다.
 
현대미포조선과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대한조선 등 중견 조선업계는 VLCC를 제외한 중형 유조선 시장에서 수주 경쟁을 펼쳤다. 지난해 발주된 중형 유조선은 모두 87척으로, 이중 현대미포조선이 45척을 수주하며 가장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조선업황이 침체되면서 조선사 간 주력 선종의 경계가 옅어졌다. 또 대형 3사가 VLCC를 포함한 유조선 전반으로 일거리 확보에 나서며 수주 경쟁이 치열해졌다.
 
일각에서는 지난 8일 정부와 채권단이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등 중견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중형 유조선 수주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선가가 호황기의 20% 이상 낮은 수준에서 더디게 회복하고 있고, 철강업계의 강재 가격 인상과 더불어 중국 조선업계의 낮은 인건비와 정부의 금융지원 등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중형 유조선. 사진/STX조선해양
 
특히 회생의 불씨를 살린 STX조선해양도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신세다. 정부가 추가 지원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수주한 선박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STX조선해양은 4척의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옵션 계약분에 대한 RG 발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 채권단 산업은행은 RG 발급 조건으로 최소 인력을 제외한 생산직 인력 감원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RG 발급이 지연되면 신규 선박 수주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형 유조선은 수익성보다는 빈 도크를 채우기 위한 일감 확보에 그친다"며 "정부가 과도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호흡기를 달아주면서 시장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방해한 것이 지금의 폐해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주량이 크게 늘지 않는 이상 중견 조선업계의 수주 경쟁은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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