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국내 중기·중견가전업계에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활용한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브랜드 디자인 적용을 넘어 플랫폼 연동에 이르기까지 컬래버레이션 영역이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유명 해외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이다. 컬래버레이션의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 같은 시도를 통해 국내 업체들은 인지도가 낮은 해외시장에서의 브랜드 홍보,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과 판매 실적 상승 등의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안마의자 시장 업계 1위 바디프랜드는 이탈리아 스포츠카 브랜드 람보르기니와 컬래버래이션으로 브랜드 홍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람보르기니는 보통 가격이 1억~2억원이 넘는 초고가 자동차 브랜드다. 지난해 람보르기니와 업무 제휴 협약을 맺은 바디프랜드는 올 상반기 이탈리아에서 람보르기니 콘셉트를 담은 하이엔드 안마의자 론칭쇼를 열 계획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를 활용하는 만큼 출시되는 제품 또한 슈퍼카를 활용한 디자인, 기능 등에서 최상위급이 될 전망이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해외서는 바디프랜드 브랜드 가치가 아직 확산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브랜드 밸류가 높은 람보르기니를 이용해 해외서도 바디프랜드 브랜드가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람보르기니 마사지체어. 사진 제공=바디프랜드
국내 원액기 1위 업체 휴롬은 지난해 이탈리아 주지아로디자인(현 이탈디자인)과 컬래버레이션으로 스포츠카 감성을 녹여낸 원액기 '휴롬 주지아로 에디션'을 선보인 바 있다. 주지아로디자인은 페라리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설립한 업체다. 휴롬 관계자는 "페라리와 협업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효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며 "기존 여성 소비자 중심에서 남성으로 고객층을 확산하는 데에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주지아로 에디션. 사진 제공=휴롬
최근에는 자사 제품력 강화를 위해 다른 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덧붙이는 사례도 많아졌다. 특히 가전에 AI(인공지능)가 접목되는 흐름 속에 플랫폼을 활용한 협업이 두드러지고 있다.
생활가전 렌털업계 1위 코웨이는 지난해 미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아마존 플랫폼 덕을 톡톡히 봤다. 코웨이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전년(2016년) 대비 80% 이상 성장했다. 가파른 성장의 일등 공신은 글로벌 IT 기업인 아마존과의 컬래버레이션이다. 2016년 3월 미국 시장에서 선보인 코웨이 공기청정기 '에어메가'는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아마존 음성인식 플랫폼인 알렉사(Alexa)를 연계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알렉사와 협업으로 코웨이 제품에 대한 브랜드 주목도와 매출이 상승했다"며 "알렉사 쪽에서는 코웨이 제품으로 환경가전 사용자, 공기질 관련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고, 알렉사 연동 제품 수요를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웨이는 국내 포털사인 네이버와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 네이버 AI 플랫폼인 '클로바(Clova)’를 연동한 공기청정기를 선보였다. 클로바 스피커로 코웨이 공기청정기에 "공기청정기 켜줘", "공기청정기 속도 올려줘" 등의 간단한 음성 명령을 내리면 실행하는 방식이다.
네이버 AI 클로바와 연동한 코웨이 공기청정기. 사진 제공=코웨이
LG전자·삼성전자에 이어 공기청정기 시판 시장점유율 3위를 기록 중인 위닉스 역시 미국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아마존 플랫폼을 활용했다.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미국에서 열린 '2018 국제 가정용품 박람회(IHA)'에서 알렉사와 연동되는 신제품 공기청정기(AM90)를 공개했다. 위닉스는 2016년에는 미국 공기청정기 시장 점유율 5위(미국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 조사), 2017년에는 전년 대비 수출 성장률 200%(공기청정기, 수량기준)를 달성하는 등 미국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위닉스 관계자는 "미국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입증하는 데 성공한 만큼 수준 높은 브랜드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19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 디자인을 직접 제품에 활용하고, 두 회사 간 전문영역을 결합해 시너지를 도모하는 형태 등 다양한 컬래버가 진행 중"이라며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경쟁력 제고에 효과적인 컬래버레이션은 향후에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