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유통업계의 1분기 실적이 저조할 것이란 전망에 지난해 실적의 '기고효과'까지 부담을 더한다. 전년 동기엔 부가세 환급이라는 일회성 이익이 컸던 만큼 반사적으로 올해 실적이 떨어져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4분기 롯데쇼핑을 시작으로 한 부가세 환급이 지난해 1분기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백화점, 편의점, 마트 등 대부분의 유통업계가 1분기 중 최저임금 상승과 사드 후폭풍이란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데다가 1년 전 환급받은 부가세 이익까지 기고효과를 부추긴다. 부가세 이익을 제외할 경우 1분기 실적이 더욱 초라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다.
지난해 1분기 부가세 환급이라는 일회성 이익이 늘어난 유통기업들이 '기고효과' 부담을 느끼고 있다. 서울 중국 롯데백화점 매장에서 고객들이 결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1385억원이었는데 당시 부가세 환급액은 407억원으로 약 30%나 됐다. 현대홈쇼핑 역시 472억원 영업이익의 약 17%인 79억원이 일회성 부가세 환급 이익으로 잡혔다. GS홈쇼핑의 부가세 비중도 440억원 중 109억원으로 24.8%를 차지해 적지 않다. 이에 비해 롯데쇼핑은 2074억원 중 135억원(6.5%), 신세계 이마트는 1601억원 중 52억원(3.2%), 롯데하이마트는 364억원 중 7억원(1.9%)으로 비중이 비교적 낮았다.
앞서 롯데와 신세계는 고객들이 포인트로 결제한 금액에 부과한 부가세를 돌려달라며 국세청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 2016년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대법원은 고객이 사용한 포인트는 과세 대상이 아니라 '에누리액(할인액)'으로 부가세를 환급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른 기고효과는 1분기 실적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에 일회성 이익을 제외할 경우 실적 감소가 두드러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실적이 크게 좋지 않았다면 부가세 환급 일회성 이익을 제외할 경우 1년 사이 영업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초 이후에도 유커(중국 관광객)는 여전히 부족해 사드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회복 여부는 올해 소비재 기업의 실적에 있어 핵심 요인이다. 1~2월 합산 중국인 인바운드는 67만명, 월평균 3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2%나 줄었다. 이 때문에 화장품 업체와 면세점의 부담은 1분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대표적인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백화점 등은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받고 있다. 정부도 최저임금을 상승한데 따른 가계 소득이 다시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하반기에나 가능할 걸로 보고 있어 당장은 비용 부담만 두드러질 전망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편의점들은 가맹점주의 수익 보전을 위해 1분기부터 분기별로 50~100억원의 지원금을 집행할 수 있고, 대형마트, 백화점의 임금은 연간 500억원 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된 것은 임금 상승 효과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