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이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글로벌 전략의 새판을 짜기 시작했다. 국내 유통채널들이 내수 침체와 규제 압박 속 성장 둔화에 직면했고,
이마트(139480)가 포기한 중국사업도 철수작업이 마무리 단계인만큼 신세계의 글로벌사업 개편 작업도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스타필드고양점 오픈식에서 "내년 상반기 중 이마트 해외 진출과 관련한 깜짝 놀랄 만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와도 접촉하고 있다"고 밝혀, 전략 변화를 이미 예고한 바 있다.
올 상반기가 시작되면서 그의 이같은 청사진도 구체화되고 있다. 해외 성장동력이 될 새 거점으로는 '동남아시아'와 '미국'을 낙점한 분위기다. 정 부회장은 동남아시아가 성장잠재력이 높은 만큼 중국을 대체할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푸드(031440) 등을 앞세워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문을 두드리고 점차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으로 영토를 넓힐 장기적 밑그림도 그려놨다.
13일 신세계그룹 등에 따르면 이마트는 베트남을 발판으로 올해 동남아시아 수출비중을 20%, 매출을 1000억원까지 늘리기로 하고 동남아 공략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정 부회장 역시 최근 베트남 이마트 1호점 고밥점과 2호점 부지 등을 살펴보고 동남아 현지 시장 트렌드와 사업성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2019년 베트남 호찌민에 2호점을 낼 예정이며 2020년까지 4~5개 점포를 추가한다.
정 부회장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추가 진출 기회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실무진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는 또, 이미 자체브랜드 50여 개를 말레이시아 최대 유통회사인 'GCH리테일'에 판매하는 등 동남아 영토확장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정 부회장의 시선은 '미국'으로도 향해 있다. 이마트는 현재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미국 진출 형태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PK마켓'을 통해 식료품 판매와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는 방식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PK마켓'은 현재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하남과 스타필드 고양에서 운영 중이다.
최근 미국의 부동산 및 컨설팅 업체들은 미국 내 마트용 부동산을 신세계와 이마트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도 '한인마켓'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등 한인이 밀집하지 않은 곳을 우선순위로 두고 부지 적정성 검토에 들어갔다.
정 부회장도 미국을 오가며 매장 부지 외에 현지 마트를 살피며 매장 콘셉트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지 상업 부지를 직접 확인하는 사진을 올리는 등 미국 진출이 임박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한편 신세계의 미국 시장 공략은 국내 스타필드 합작사인 미국 쇼핑몰 개발사 터브먼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터브먼의 로버트 터브먼 회장은 지난 2016년 스타필드 등을 둘러본 뒤 "신세계의 콘텐츠는 미국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국내에선 신규출점이 더 이상 힘들고 중국사업도 20년만에 접은만큼 해외전략 수정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정용진 부회장이 연초부터 해외출장을 분주하게 다닌 것도 신세계의 새로운 글로벌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마지막 점검차원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트남 호찌민 인근 이마트 고밥점에 고객들이 가득 차 있다. 사진/이마트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