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전기버스 도입, 긴밀한 소통이 먼저다

설명회 성격도 몰랐던 운수업체…의견 수렴 매끄러워야

입력 : 2018-03-21 오전 6:00:00
“전기버스 도입에 대해서 서울시 입장을 듣고 저희 입장을 말하려고 했는데, 전기버스 제조업체 설명 일색이네요.”
 
A버스 운수업체 관계자가 당황한 듯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4일 서울시가 전기버스 도입을 위해 연 설명회에서의 일이다. 서울시는 운행업체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전기버스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 전기버스 대당 2억9200만원을 구매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전기버스 가격은 대당 약 4억~5억원 안팎이다. 사대문 내 녹색교통진흥구역을 지나는 일부 노선을 대상으로 하며 오는 9월부터 시범 도입한다. 이날 설명회는 전기버스 차종선택에 앞서 제조업체와 전문가, 운수업체의 의견을 듣기 위해 서울시가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오후 2시에 서울시의 짤막한 정책 설명으로 시작한 설명회는 대양기술·BYD·에디슨모터스·한신자동차·우진산전·자일대우·피라인·현대자동차 등 8개 제조업체가 시간을 상당히 잡아먹는 양상이었다. 서울시 관계자가 제품 설명에 초점을 맞추라고 주문했지만 각 제조업체 발표자들은 서두에 자사 설명을 길게 늘어놓는 걸 잊지 않았다.
 
또 일부 발표자는 타사의 발표를 저지하면서 견제까지 하는 사이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제조업체 발표 뒤 1시간 동안에는 전문가와 제조업체의 질의응답이 이어지면서, 당사자인 운수업체의 의견 제시나 질문 순서는 더 뒤로 미뤄졌다. 역시 설명회의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서울시 B 운수업체 관계자는 “8개 회사들 말을 들었지만 무슨 내용인지 명확히 이해하기도 힘들고, 어느 회사가 더 나은지 여기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운수업체들은 전기버스 차종들의 성능을 따지기 보다는, 서울시의 정책을 더 캐묻는 분위기였다. 특히 비용 부문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를 도입한 지 10년 밖에 안 지났고, 앞으로 9년이면 만기가 도래하는 와중에 전기버스를 또 도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B 운수업체 관계자는 “CNG 버스에 2억원이 들었는데 팔면 200만원 밖에 안 나와 국가적 낭비다. 전기버스 도입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운수업체 입장도 서울시가 생각했으면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물론 천만 시민을 대표하는 서울시가 운수업체만을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다양한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절차는 당연하다. 다만 의견을 듣는 과정이 좀 더 매끄러웠으면 한다. 당사자가 설명회의 성격도 몰랐다면 그것을 완전한 소통으로 생각하기는 힘들 것이다.
 
 
신태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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