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안전·정보기본권 신설…'근로'는 '노동'으로 '동일가치 동일임금'

'기본권' 대폭 넓히고 국민발안제·국민소환제 신설해 직접민주주의 확대

입력 : 2018-03-20 오후 6:12:05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가 20일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은 군부독재와의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만들어진 30년 전 헌법이 오늘날의 대한민국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생명권과 안전권, 정보기본권 등 기본권의 범위를 대폭 넓히고 국민발안제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해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한 게 요지다.
 
먼저 개헌안은 헌법상 생명권과 안전권을 추가했다. “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갖는다”는 점을 천명하고 국가의 재해예방의무 및 위험으로부터의 ‘보호의무 노력’을 ‘보호의무’로 변경해 국가책임을 분명히 했다.
 
시대 변화를 감안해 ‘정보기본권’도 신설했다. 현행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자유나 언론·출판의 자유와 같은 소극적 권리만으로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충분한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알권리 및 자기정보통제권을 명시하고,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를 예방·시정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의무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그 외에 ‘성별·장애 등 차별개선노력 의무’로 국가가 국민의 실질적 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하게 했고, 국민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 생활을 위한 주거권 및 건강권을 보장했다.
 
막강한 검찰권력의 배경이었던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은 삭제했다. 다만 조 수석은 “영장신청주체에 관련된 내용이 헌법사항이 아니라는 것일 뿐, 현행법상 검사의 영장신청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개정 전까지는 그대로 유효하다. 영장청구 주체를 누구로 할지는 국회 몫”이라고 설명했다. 군인 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군인 등의 국가배상청구권 제한 규정도 지웠다.
 
현행 기본권은 적극 개선하기로 했다. 특히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정보기본권, 학문·예술의 자유 등 국가와 인종을 떠나 보편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은 그 적용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 다만 직업의 자유, 재산권 보장, 교육권, 일할 권리와 사회보장권 등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와 자유권 중 국민경제와 국가안보와 관련된 권리 등은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해 국가부담을 줄였다.
 
선거권, 공무담임권, 참정권 등은 규정형식을 변경해 기본권 보장을 강화했다. 현행 헌법 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돼있지만, 개정안은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갖는다. 구체적 사항은 법률에 위임한다’고 변경했다. 국민발안제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같은 직접민주주의 요소도 적극적으로 담아냈다. 국민발안제는 국민이 직접 개헌이나 법률안 등을 제출할 수 있는 제도이며,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 등을 임기 중 소환해 파면할 수 있게 한 국민의 권한이다.
 
또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양극화 해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방안이 포함됐다. 일제시대 잔재로, 과거 사용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하고, 국가에게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부과했다.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고용안정’과 ‘일과 생활의 균형’에 관한 국가의 정책 시행 의무를 신설했으며, 노동조건 결정과정에서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했다. 특히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3권을 인정하고, 현역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조 수석은 “현행 헌법과 판례에 따르면 임금 인상을 위한 단체행동권은 문제가 없지만, 정리해고를 반대한다고 할 경우 불법화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정리해고는 노동자들의 생존의 근본을 흔드는 것인데 거기에 불법이라는 결론이 나기 때문에 단체행동 범위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조국 민정수석이 2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헌법 전문과 기본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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