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작년 매출 증가 1위 의약품은 화이자제약 금연치료제 '챔픽스'다. 금연치료제에 보험급여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 수혜로 실적이 급성장했다. 챔픽스를 포함해 매출 증가 상위 의약품은 대부분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들이 차지했다.
22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챔픽스는 지난해 650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전년비 증감액은 162억원으로 아이큐비아에서 실적이 집계되는 1만6488개 전체 의약품 중에서 전년비 최대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챔픽스는 국내 2007년 출시된 제품이다. 출시 초기에는 매출이 30억~40억원에 그쳤다. 금연 치료를 위해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낮았기 때문이다. 12주 기준 3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약값도 처방 부담이었다.
정부가 2015년부터 강력한 금연 장려 정책을 실시하면서 챔픽스 실적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정부는 12주 금연 프로그램을 이수(상담 6회 및 약국 방문 6회 기준)하면 금연치료제의 본인부담금을 20%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9만원 정도만 내면 12주 간 챔픽스를 복용할 수 있다. 금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흡연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챔픽스는 빠르게 성장했다. 챔픽스의 실적은 2014년 63억원에서 2015년 242억원으로 280% 급증했다. 2016년에는 488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기준 전년비 매출이 100억원 이상 증가한 17개 의약품 중에서 국산 제품은 4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수요가 높고, 의약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품은 여전히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이라는 의미다.
MSD의 고지혈증 복합제 '아토젯(346억원)'이 138억원 증가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HIV 치료제 '젠보야(137억원)'는 2017년 출시되자마자 대형약물로 등극했다. LG화학의 당뇨복합제 '제미메트(378억원)'이 129억원, 다이이찌산쿄의 항응고제 '릭시아나(173억원)', MSD의 자궁경부암백신 '가다실9(151억원)' 등이 120억원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1293억원으로 전체 의약품 매출 2위인 길리어드사이언스의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는 124억원이 늘었다.
국내사 제품은 종근당의 뇌기능개선제 '종근당 글리아티린(지난해 429억원)'이 가장 선전했다. 종근당 글리아티린의 실적은 160억원이 증가했다. 종근당은 2016년 이탈리아 이탈파마코와 판권 계약을 체결해 글리아티린 국내 판매에 나섰다. 유한양행의 고지혈증복합제 '로수바미브(195억원)'가 118억원, 대웅제약의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타민(456억원)'이 112억원, 일동제약의 종합비타민 '아로나민골드(404억원)'가 103억원 각각 실적이 전년비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 증가액을 비교하면 어떤 약을 많이 찾는지 국내 의약품 시장의 트렌드를 볼 수 있다"며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국내사가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혁신신약은 여전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