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대통령 아닌 국민 위해 개헌발의권 행사"

"나에게 돌아오는 이익 아무것도 없어…더 나은 민주주의와 정치 위한 개헌"

입력 : 2018-03-26 오후 2:27:35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UAE 현지에서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개헌”이라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개헌발의권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35분(현지시간) 현지 숙소에서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헌안의 국회 송부와 공고 등을 전자결재로 재가하고, 자신의 입장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저는 이번 지방선거 때 동시투표로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들과 약속했다”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개헌자문안을 마련했다. 이 자문안을 수차례 숙고했고 국민눈높이에 맞게 수정해 대통령 개헌안으로 확정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생각하시기에, 왜 대통령이 야당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헌법개정안을 발의하는지 의아해하실 수 있다”며 국민과의 약속, 시기와 비용, 효율성, 개정안 내용 등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우선 문 대통령은 “개헌은 헌법파괴와 국정농단에 맞서 나라다운 나라를 외쳤던 촛불광장의 민심을 헌법적으로 구현하는 일”이라며 “지난 대선 때 모든 정당, 모든 후보들이 지방선거 동시투표 개헌을 약속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1년이 넘도록 국회의 개헌 발의는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며 “따라서 지금 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하지 않으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문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 동시투표 개헌은 많은 국민이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다시 찾아오기 힘든 기회이며, 국민 세금을 아끼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 “민생과 외교, 안보 등 풀어가야 할 국정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계속 개헌을 붙들고 있을 수는 없다”며 “모든 것을 합의할 수 없다면, 합의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헌법을 개정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 번째로는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하면, 다음부터는 대선과 지방선거의 시기를 일치시킬 수 있다”며 “전국 선거의 횟수도 줄여 국력과 비용의 낭비를 막을 수 있는 두 번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개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에 의해 저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아무 것도 없다”며 “오히려 대통령의 권한을 국민과 지방과 국회에 내어놓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게는 부담만 생길 뿐이지만 더 나은 헌법, 더 나은 민주주의, 더 나은 정치를 위해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제가 당당하게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헌법은 한 나라의 얼굴이다. 그 나라 국민의 삶과 생각이 담긴 그릇”이라며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과 시민의식은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가의 책임과 역할, 국민의 권리에 대한 생각도 30년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기본권, 국민주권, 지방분권의 강화는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이며 변화된 국민들의 삶과 생각”이라고 개헌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헌법의 주인은 국민이며 개헌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권리도 국민에게 있다”며 “제가 오늘 발의한 헌법개정안도 개헌이 완성되는 과정에 불과하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개헌 과정에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주시리라 믿는다”고 호소했다. 국회를 향해서도 “국민들께서 투표를 통해 새로운 헌법을 품에 안으실 수 있게 마지막 노력을 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에미레이트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재UAE동포와의 간담회에서 격려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부다비=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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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