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국방협력과 관련해 “지난번에 잡음이 있긴 했지만, 두 나라 사이가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국민들 사이에서 한국과 UAE의 국방협력 분야에 대한 공감을 얻게 됐고, 이 협력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UAE 아부다비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진행된 문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의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 내용을 전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양국의 국방·방산 협력에 대해 “단순 기술이전이 아닌, 방위산업으로 궁극적으로 같이 개발하고 생산해 제3국에 진출하는 방법까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두 정상은 국방분야를 양국 특별 전략적동반자 관계의 핵심 요소로 인식했다”며 “앞으로 더 강화하자고 큰 틀의 원칙을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서도 양 정상은 “두 나라의 협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함께했고, 교역분야에서도 양국이 함께 협력할 방안을 모색하자고 의기투합했다. 양국 관계에서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왕세제의 최측근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담당하기로 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양국 외교부가 아닌 양국 정상의 측근이 문제해결 창구를 맡는 것에 대해 “아랍 문화의 전통이나 정치 배경을 보면 인간적 측면이나 친밀한 우정을 기반해 풀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또한 임 실장이나 칼둔 청장은 정부에서 공식 직위가 있는 인물이며, 국정전반을 포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날 정상회담은 30분이 예정됐지만, 두 정상간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회담은 한 시간 이상으로 늘어났다. 회의를 마치고 ‘엑셀런트’(Excellent, 훌륭하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다고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기존 관계를 뛰어 넘어 다방면으로 확대되는데 왕세제와 함께 그 길을 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고, 모하메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두 나라 관계가 발전하리라 확신한다. 이미 두 나라는 많은 분야에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더 전면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UAE도 한국 이상으로 두 나라의 관계가 격상되기를 희망한다”라고 화답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이번 UAE 방문을 우리 정부는 ‘공식방문’(Official Visit)으로 소개했지만 현지 언론에서는 그보다 격이 높은 ‘국빈방문’(State Visit)으로 보도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UAE 정부는 따로 구분을 안두고 있다”며 “(UAE 정부가) 열과 성을 보여서 (현지 언론이) 그렇게 보도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실제 UAE는 문 대통령과의 공식오찬 메뉴로 중동지역에서 ‘최고의 환대’를 의미하는 낙타요리를 대접했고, 오찬장에서는 UAE의 국부 ‘자이드’ 대통령을 주제로 한 전통음악들을 연주하며 예를 나타냈다. 협소한 장소를 이유로 별도 진행하기로 한 왕세제와 국내 기업인들과의 만남 역시 청와대 측의 요청을 수용해 왕세제와의 오찬으로 격을 올렸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정상회담 실무준비도 UAE측의 적극적인 협조로 과거에 비해 수월했다는 후문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싸이프 모하메드 알 하지리 아부다비 경제개발부장관이 25일 오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양해각서(MOU)를 서명하고 있다. 그 뒤쪽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부다비=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