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의회, 명분 모호한 농업 예산삭감에 농민들 ‘울상’

일부 의원들 주장만으로 특용작물 사업 백지화…농민들 해명 요구에 '나 몰라라'

입력 : 2018-03-27 오후 8:24:08
[뉴스토마토 김종연 기자] 일부 지역구 의원의 주장만으로 부여군의회가 농업특화작물 조성을 위한 시범사업 예산안을 삭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애꿎은 농민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이다.
 
부여군의회는 27일 제225회 임시회를 폐회했다.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8일간의 일정으로 진행한 이번 임시회에서는 각종 조례안과 더불어 ‘2018년도 제1회 일반 및 특별회계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를 진행했다. 의회 차원에서 ‘농민기본권과 농산물가격보장실현을 위한 헌법반영’을 촉구하기도 했다.
 
논란이 된 것은 ‘특용작물(마늘,엄나무)특화단지조성시범사업’ 예산이다. 이 예산안은 부여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지역 청년농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책정한 예산안으로 1억원 규모다.
 
부여군의회는 22일부터 이틀 동안 총무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 운영위원회에서 각각 추경예산안을 심의했다.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장성용 의원(다선거구)과 이삼례 의원(가선거구)이 “교육하는 곳과 발대식에도 다녀왔는데 문제가 있다”며 삭감을 주장했다.
 
이에 김태호 의원(자유한국당, 가선거구)이 “이러한 예산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발굴해야 하는 대체 작목”이라며 예산삭감을 거부하자 장 의원은 “지역구 의원이 삭감하라는데 무슨 이유가 있느냐”고 반발해 결국 상임위에서 삭감안을 예결위로 넘겼다.
 
이 사업은 외산면 지역 청년들 30여명이 3년 전부터 준비해 오던 사업으로 지난해 11월 발대식을 가졌고, 12월에는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선진지 견학까지 다녀와 시범사업 추진을 고대하고 있었다.
 
이 의원은 26일 논란이 일자 “내가 삭감하지 않았다. 예결위원장인 김종수 의원에게 물어보라”며 “나는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지역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날 “내가 삭감했다. 그렇지만 예결위에서 예산을 살리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예산삭감을 주장했던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지역구 의원이 주장한 부분은 농업기술센터가 기후변화작물을 시범사업으로 할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었고, 특화단지조성시범사업을 하기로 돼 있는 단체는 며칠 전에 설립됐다는 게 이유였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산업건설위원장이 이번 회기 예결위원장을 맡았기에 예산을 살리려 반대의원들에게 전화했더니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며 “상임위원회에서 의결된 사안을 존중할 수 밖에 없었고, 상임위가 반대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에 예산을 통과시키기에 무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도 “예산삭감을 요구한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알아서 하라’는 답변만 들었다”며 “부여군의회는 상임위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해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존중해 주는 관례가 있어 살려내지 못했다”고 사죄했다.
 
예산안 삭감이 확정되자 외산면특화작목사업단은 산업건설위 의원들에게 사업비 삭감 원인을 밝히라며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사업단은 “종자대와 기자재, 인건비 등 최소한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반영되기를 바라고 계상했으나,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결과를 받았다”면서 "어떤 신념과 사유로 농민을 위한 예산안을 삭감했는지 내달 2일까지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예산안 삭감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장 의원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메시지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부여군의회가 27일 열린 225회 임시회 제2차본회의에서 '농민기본권과 농산물가격보장실현을 위한 헌법반영'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남호, 김종수, 박윤근, 송복섭, 이경영, 이삼례, 이대현, 장성용, 정태영, 김태호 의원. 사진/부여군의회
 
외산면특화작목사업단이 산업건설위원회 의원들에게 보낸 공개 질의서. 사진/외산면특화작목사업단
 
부여=김종연 기자 kimsto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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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