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산업1부 기자
이지은 산업1부 기자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중저가 내수 시장을 위주로 성장한 중국업체들이 기술력을 끌어올리며 해외시장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집계한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을 보면 화웨이·오포·샤오미 등 상위 3~5위 중국업체들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24%이다. 전년 대비 4.9%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1위 삼성전자는 21.1%를 기록했다. 0.3%포인트 점유율이 늘었지만 2016년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 2위 애플은 14.3%로 답보상태다.
올해도 이같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A는 삼성의 올해 스마트폰 점유율이 19.2%로 떨어질 것으로 봤고, 애플 역시 점유율이 지난해와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중국업체들은 출하량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웨이는 점유율 10% 고지를 넘은 후 애플 점유율을 바짝 쫓고, 오포와 샤오미도 점유율을 늘려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한층 커진다는 얘기다.
중국업체의 기세를 단순히 '규모의 경제'에 따라 점유율만 높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자국의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가성비가 높은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세력을 확대하긴 했지만, 최근에는 삼성과 애플보다 앞선 기술을 선보이며 자국 시장을 뛰어넘어 빠르게 세계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업체들의 강세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 같지 않다는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지난 20일 비보는 세계 최초로 스크린 내장형 지문인식 센서를 탑재한 스마트폰 'X21UD'를 공개했다.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폰은 대체로 후면에 지문인식 센서를 탑재했지만, 이 제품은 화면을 터치만해도 지문을 인식한다. 삼성과 애플도 앞으로 출시할 제품에 스크린 내장형 지문인식 센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27일 화웨이 역시 세계 최초로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P20프로'를 내놨다. 듀얼카메라가 프리미엄에서 중저가 제품으로 보편화되는 사이 최초 기술을 도입하며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다. 화웨이가 포르쉐 디자인과 협력해 개발한 '메이트RS'는 저장용량이 세계 최대 수준인 512GB에 달한다. 더 이상 중국 제품에 대해 "가성비만 높다"고 폄하할 수 없게 됐다.
스마트폰은 한국 수출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최근 조선과 자동차 등 기존 우리를 먹여 살리던 산업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스마트폰 산업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산업이 세계 1위 타이틀에 안주하는 사이 중국은 기술 추격에 나서며 점점 치고 올라왔다. 과거 전자왕국 일본이 현재의 성공에 취해 한순간에 꺾인 것처럼 우리도 언제든 중국에 1위 자리를 내 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다.
이지은 산업1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