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직장인 A씨는 치질을 앓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얼마 전 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았다. 잘못된 생활습관의 영향이 컸다.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으로 뉴스 보는 것을 좋아해 15분 이상 앉아 있기도 했고, 회식이 잦아 술을 자주 마시기도 한 탓이다. 다행히 비교적 빨리 발견돼 수술 후 건강을 회복 중이다. 그러다 문득 본인이 받은 것이 '치핵' 수술이란 것을 깨닫고 치질과 치핵 등 각종 항문질환의 차이점이 궁금해졌다.
우리 주변에서 치질이라고 표현하는 증상은 대부분 치핵이다. 치질은 치핵과 치열, 치루 등 항문 주위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일컫는다. 치핵은 항문 주변의 혈관과 결합 조직이 덩어리를 이뤄 돌출되거나 출혈되는 현상을 말한다. 치열은 항문 입구에서 항문 안쪽 치상선에 이르는 항문관 부위가 찢어지는 현상을 가리키며, 치루는 항문선의 안쪽과 항문 바깥쪽 피부 사이에 터널이 생겨 구멍으로 분비물이 나오는 현상이다.
증상에 따라 질환의 세부 명칭은 다르지만 치질로 통칭되는 항문질환의 원인은 대부분 유사하다. 치핵은 대변을 보기위해 항문에 힘을 주거나 복압이 증가된 경우, 골반 바닥이 약해진 경우 등에 비정상적으로 치핵 조직이 커지며 발생하고 이를 통해 항문관이 찢어지거나 분비물이 나오는 치루와 치열이 유발되기도 한다.
특히 치핵은 50세가 넘으면 약 50%가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치핵으로 진료받은 우리나라 국민 수는 61만명이 넘는다. 환자는 40대와 50대가 각각 20%로 가장 많았지만 비교적 젊은 나이인 20대(16%)와 30대(19%)도 적지 않았다.
치핵은 혈관 덩어리로 항문 안쪽에 위치한 정상 조직이다. 배변 시 항문이 늘어날 때와 변이 지나갈 때 장력과 압력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한다고 해서 '쿠션'이라고도 부른다. 이때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혈관이 부풀어 오른 상태가 지속되면 치핵이 항문 안 또는 밖으로 튀어나게 된다. 항문 안쪽으로 1.5cm 지점에 톱니모양의 '치상선'이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항문 안 쪽으로 치핵이 생기면 '내치핵', 항분 밖으로 생기면 '외치핵'이라고 한다.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치핵의 경우 잦은 술자리와 화장실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는 습관 때문에 주로 생긴다. 또 섬유질이 적고 동물성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자주 먹으면 변의 양이 줄어 변비가 생기는 경우에도 치핵이 생기기 쉽다"며 "치료가 늦어질수록 치료 선택의 폭은 줄어들기 때문에 의심된다면 빨리 전문의 진료 통해 다른 질환 동반 여부, 나이, 직업 등을 고려하여 최적의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앉은 자세는 누운 자세보다 정맥압이 3배 정도 높은데, 앉은 자세로 장시간 근로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치핵환자가 과거보다 많아졌다"며 "직장 출혈이 치핵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볼 수 있지만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료 본 후 대장내시경을 포함한 정확한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치핵을 포함한 각종 항문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차가운 장소나 딱딱한 의자는 피하고 변기에 5분 이상 앉아있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평소에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항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욕조에 40℃정도의 온수에 편안히 앉아 5~10분 동안 몸을 담그고 있거나 배변 후 비데나 샤워기로 씻어내고 말리는 것도 좋다. 이밖에 맵거나 짠 음식은 피하고 장시간 앉아서 근무할 때 틈틈이 일어나 휴식시간을 가져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