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빅데이터 정보를 활용해 실력 있는 의사를 추천하는 앱이 등장했다. 메디히어의 의사추천 앱은 가성비(프로모션, 가격) 좋은 의료시술 정보 대신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환자가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보다 의료진의 실력이다. 하지만 공급자와 소비자 간 의료 정보 비대칭성이 커 환자들이 의료진의 실력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메디히어 앱은 이같은 비합리적인 의료소비 패턴을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기환 메디히어 대표는 IT기술을 활용해 의사와 환자 간 의료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의료서비스 시장을 혁신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메디히어는 설립한 지 1년이 갓 지난 스타트업 컴퍼니다. 김기환 대표(30)는 자본금 2000만원으로 대학친구 2명과 의기투합해서 메디히어를 설립했다. SK하이닉스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창업에 도전했다.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 도전은 평소 생활 속에서 느꼈던 불편감에서 비롯됐다.
"어머니가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오래 고생을 했다. 해당 분야에서 유명한 의료진에게 수술을 받고 싶은 게 다 같은 환자 마음 아니겠나. 류마티스관절염 수술을 위해 실력 있는 의사를 찾다보니 신뢰도 높은 정보 탐색에 한계를 느끼게 됐다. 인터넷에서 찾아도 어떤 의사가 명의인지 쉽게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메디히어 앱은 지난 2월 오픈됐다. 일반적인 의료정보 제공과는 달리 의료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의 실력'에 집중했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의사의 전문분야와 대표시술을 분석해 환자들에게 소개하는 방식이다. 메디히어만의 3단계 검증방법으로 의사를 선정한다. 1차 웹크롤링(Web Crawling, 웹 사이트에서 정보추출), 2차 스코어링 시스템(Scoring System, 점수화), 3차 커스터머스 초이스(Customers' Choice, 고객 추천) 등 3단계 방식을 거친다.
"웹크롤링으로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의료진의 댓글을 전부 수집한다. 부정어, 긍정어를 분석해서 1차적으로 필터링을 한다. 다음으로 경력, 학회 발표, 논문, 수상경력 등을 스코어링을 한다. 학회 발표를 하지 않고 논문을 쓰지 않아도 실력이 좋은 의사는 많다. 하지만 이 같은 학술활동에 활발한 의사 중에서 실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상담신청 수, SNS 추천, 팔로워 수 등을 집계해 반영한다."
메디히어에 입점 의향이 있는 의사도 이 같은 동일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입점이 확정되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의사 개개인과 상담을 실시한다. 의사는 전문분야 3~5개와 하위 대표시술 1~10개를 직접 선택한다. 빅데이터를 통해 수집된 경력, 학술발표, 논문 등과 비교한 뒤 유의성을 판단한다. 의사가 추천하는 분야별 실력 있는 의사 정보도 수집한다. 이런 추천 정보는 의사 검증 알고리즘 고도화에 활용된다.
소비자가 앱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의료정보는 간단하면서 명확하다. 기본적으로 전공과 학력, 경력 등 이력을 가장 명시적으로 배치했다. 성형외과의 경우 코 재수술, 진피코성형 등 의사의 대표시술을 파악할 수 있다. 수술이나 시술 전후 사진도 포함된다. 논문, 연구 등 학술활동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고객은 의사, 병원, 시술방법, 장비, 약품, 전후 사진 등 의료정보를 비교할 수 있다. 클릭으로 간편하게 의료진과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의료정보도 총망라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의료 콘텐츠를 필터를 통해 탐색 가능하다.
"의사마다 전문분야가 다 다르다. 각기 정말 잘하는 진료분야와 특정시술이 있다. 메디히어는 의료진의 전문성을 부각시키고 이를 소비자와 연결해준다. 어느 의사가 쌍커풀을 잘하는지 앞트임을 잘하는지, 모발이식 또는 두피스케일링을 위해 어느 의사를 찾아가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사업 초기여서 일부에선 측정자의 반발이 있기도 했다. 의료의 질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3단계 검증방법이 의료진 줄세우기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신뢰성 높은 의사를 선정하기 위해 이와 같은 검증방법을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긍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자신의 전문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벤트성 광고 후기를 보고 내방하는 것과 의료정보를 통해 의사를 만나러 가는 것은 선택의 무게가 다르다. 환자는 실력 있는 의사에게 좋은 품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의 선택 방식이 재방문율도 높게 한다."
미국 아미노가 김 대표가 그리는 의사추천서비스 성공모델이다. 아미노는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의 구글이라고 불린다. 아미노는 1억8800만명의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필터링된 맞춤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아미노를 통해 89만명의 의사와 환자가 매칭이 이뤄진다. 일본과 유럽에서도 아미노를 밴치마킹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메디히어로 국내 의사추천서비스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3분기 내에 손익분기점을 넘는 게 재무적인 목표다. 성형외과와 피부과뿐만 아니라 치과, 안과, 산부인과 등 진료분야를 5개로 늘릴 예정이다. 출시 2달인 3월28일 기준 메디히어 등록 의사는 29명, 병원은 16곳이다. 올해 병·의원 250개소, 의사 700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서울 중심으로 성형외과, 피부과 두개 진료과만 우선 런칭했다. 추후 지역과 진료과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해외진출과 투자유치도 추진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에서 맡았던 해외마케팅 직무 경험을 살려 다국어로 된 메디히어 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홍보에 매진할 계획이다. 현재 번역작업과 시스템 안정화 작업 중이다. 의사추천서비스가 국내에선 없던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어서 투자업계에도 관심이 높다. 투자를 받아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의료는 가격의 합리성보다 서비스 품질을 중시하는 분야다. 신뢰, 가치, 효율이 우리의 키워드다. 실력 있는 의사들이 모이면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 채용서비스, 원격진료 상담, 질의응답, 콘텐츠 등록 등 여러 가지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스마트 헬스케어 리더인 아미노처럼 순차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진료받기 전에 실력 있는 의사는 메디히어를 통해 찾고 가라, 질 좋은 의료는 여기에 다 모여 있다'는 반응을 이끌어내 인지도를 높이는 게 최종 목표다."
김기환 메디히어 대표(왼쪽 두번째)와 팀원들. 사진=메디히어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