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미국과 중국의 관세 난타전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연일 상대국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더니, 돌연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다만, 국내 산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미중이 국내 수출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탓에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직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 상태가 아니다"고 말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부과하겠다고 밝힌 무역관세가 최종적으로 부과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양국은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지난 3일 미국무역대표부는 1300개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통신장비, 리튬배터리, 항공기부품 등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전략인 '중국제조2025'를 정조준했다. 이에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 항공기, 화공품 등 14개 분야 106개 품목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맞불을 놨다.
글로벌 경제대국 간의 힘겨루기에 국내 산업계도 들썩인다. 관세 전쟁이 전면적으로 확산될 경우 한국의 수출경기가 급격히 침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대중 수출 비중은 36.7%다. 미국이 중국에 수입 규제를 하면 우리나라처럼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이 큰 국가에는 직격탄이 된다. 미중이 협상을 통해 상호 합의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국내 기업은 또 다른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대표적 업종이 국내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다. 업계에서는 미중 간 무역 갈등의 영향이 당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이 지정한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서 반도체 관련은 트랜지스터 등 비메모리 10개에 한정됐다.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에 집중하고 있어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중 수출에서도 중간재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산 반도체가 탑재된 IT기기가 상당부분 중국 내수로 소비된다는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이 합의에 도달해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구매를 확대하더라도, 미국과 한국의 주력 분야가 달라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많다.
최근 미국으로부터 관세부과 유예판정을 받은 철강업계는 "양국 간의 무역 갈등이 한국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될 경우에는 시장 자체가 축소될 위험이 있다"고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했다. 석화업계는 "두 나라가 규제하는 품목 수가 적고 수출 비중도 크지 않다"며 담담한 모습이다. 중국이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정한 자동차도 중국 시장 내에서 생산 및 소비된다는 점에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