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굴기'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생산라인 증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까지 중국을 주요 생산기지로 삼으며 설비 시장도 동반성장 중이다. 국내 설비 업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4일 코트라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중국의 반도체 설비 수요가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전자전문설비공협회가 집계한 2016년 중국의 반도체 설비 시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31.8% 증가한 64억6000만달러. 전세계 반도체 설비 매출 412억달러의 15.7%에 해당하는 규모로, 중국은 대만과 한국에 이어 세계 3대 반도체 설비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중국 내 설비 판매액은 전년 대비 49.3% 증가한 11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한국을 제치고 2위로 도약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진다. 국제반도체협회(SEMI) 역시 중국 반도체 설비 시장 앞날을 낙관했다. 지난해 68억4000만달러의 시장 규모가 오는 2019년 154억6000만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반도체 설비 시장의 빠른 성장 배경에는 정부 차원의 '반도체 굴기'가 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급자족을 목표로 지난 2000년부터 반도체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4년 '국가 집적회로 산업발전 추진강령'이 공개된 후에는 산업 육성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중국 내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 역시 자국 내 생산능력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SEMI에 따르면, 2017~2020년 전 세계에 증설될 62개의 웨이퍼 생산라인 중 26개가 중국에 위치할 전망이다.

 

중국 반도체 설비 시장은 웨이퍼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100여개의 다양한 생산설비 중 웨이퍼가 70%가량을 차지한다. 이중 포토리소그래피가 1264억위안(30%), 식각, 박막 증착 설비가 각각 843억위안(20%)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생산과 마찬가지로 설비 시장의 국산화 비율도 상당히 낮은 편이다. 반도체 선진국에 비해 기술 격차가 크고 브랜드 인지도도 부족한 탓. 중국전자전문설비공업협회에 따르면 2016년 국산화 설비 매출액은 7억4400만달러로, 전체의 11.5%에 그쳤다.

 

이는 국내 설비 업체들에는 기회로 다가온다. 지난 1분기 국내 업체들이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기업들과 맺은 장비 공급 계약은 10건을 웃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2월 중국 국영 종합반도 기업 베이징옌둥 마이크로일렉트로닉과 첫 거래 사실을 밝히며 "향후 거래 확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진출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은 전공정보다는 후공정쪽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