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학교 밖 청소년에게 어른이 되는 일은 설레지만은 않는 일이다.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강제로 쫓겨나거나 적응 문제 때문에 떠나 청소년지원센터를 찾아나서지만, 센터 역시 안전한 울타리가 되주지 못한다. 국가의 자립 정책은 검정고시 학원비나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 학업 지원 위주이고 일자리 연계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금전적 학업 지원도 범위가 좁아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이 부지기수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센터 선생님이 자주 바뀌어서, 가고 싶은 마음도 점점 사라진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사회성을 기를 방법이 마땅치 않아, 사회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무엇보다 정부의 저예산 기조가 제대로 된 자립 정책을 막는 요소다. (편집자)
#. 지난해 학교폭력 문제로 학교를 그만둔 김모(18)군은 4개월째 오토바이 배달대행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이 되고 나서는 지역 내 청소년지원센터나 청소년쉼터를 찾아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비슷한 학교 밖 청소년들과 어울리며 생활하고 있다. 김군은 당분간 특별한 계획 없이 현재의 생활을 이어갈 예정이다.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이라 불리는 이들은 전국에서만 매년 6만~7만명(누적 인원 30만여명)씩 발생하고 있지만 이 역시 추정치일 뿐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학교 밖 청소년 중에는 해외 유학이나 대안학교 진학 등 뚜렷한 계획을 갖고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이 있는 반면 김군처럼 학교폭력이나 가정문제, 개인질병 등 외부 환경으로 학교를 떠난 청소년도 상당수다.
문제는 일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충분한 준비 없이 곧바로 사회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심한 경우 폭력 사건 가해자나 취약계층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실제로 학교 밖 청소년에 의한 폭력사건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찰이 학교폭력 사건 가해자로 검거한 학교 밖 청소년(10~18세)은 지난 2012년 2055명에서 2016년 5125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달 제6차 청소년정책기본계획(2018~2022)을 수립하고,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족한 홍보…질 낮은 일자리
학교를 떠나면서 이른바 ‘학업중단’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은 일차적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인 꿈드림을 통해 사회 진입을 준비할 수 있다.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꿈드림은 총 202곳으로 학업과 직업 준비를 비롯해 개인 적성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부족한 홍보 탓에 학교 밖 청소년 중 꿈드림이란 용어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해 실시한 ‘전국 청소년 위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위기·취약 청소년 중 ‘꿈드림을 안다’고 답한 청소년은 56.5%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때문에 꿈드림 실무자들도 기회가 될 때마다 검정고시 고사장 등을 방문해 센터 홍보에 열을 올린다.
반면 큰 기대감을 안고 꿈드림에 왔다 실망만 안고 돌아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만족스럽지 못한 일자리 연계 프로그램이다. 최모(17)군은 “한 번 가서 직업 체험을 한 적이 있는데, 쉽게 구할 수 있는 커피쪽 일자리를 소개받아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카페나 식당 서빙 같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를 제안받은 청소년들은 오히려 배달이나 유흥같이 임금이 높은 업종을 선택하는 경향이 크다. 당장 생활비가 필요한 상황에서 굳이 낮은 임금을 받아가며 일을 배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학교 밖 청소년을 향한 차가운 시선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올해로 4년째를 맞이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단순히 학교를 그만뒀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사회적 낙오자나 부적응자,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기도 한다. 때문에 학교 밖 청소년들이 스스로 사회와의 관계를 단절하거나 은둔형 생활에 내몰리면서 또 다른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건강상 이유로 학교를 그만둔 김지현(23·여)씨는 “학교 밖 청소년 모두가 문제가 있어서 학교를 그만둔 게 아닌데 학교 밖 청소년을 한 덩어리로 묶어 무조건 나쁘게 보는 것 같다”며 “사회가 그럴수록 학교 밖 청소년들은 더 숨어 지내게 된다”고 지적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관리하는 담당자들도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다. 집 밖에 나오지 않거나 순간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빈번하다. 오영희 중랑구 꿈드림 주임은 “학교 밖 청소년들은 보통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거나 사회성이 약해져 연락 자체를 꺼리는 친구도 많다”고 설명했다.
학교 밖에서 꿈을 좇는 청소년
비록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났지만 상당수의 학교 밖 청소년들은 사회에 나가기 위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한다. 실제 꿈드림을 찾는 학생들은 본인 스스로가 학업 의지를 갖는 경우가 많다. 김씨 역시 몇 년째 검정고시를 병행하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김씨는 “처음부터 꿈드림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여기가 강남, 구로에 이어 세 번째 꿈드림인데 담당 선생님이나 프로그램이 나와 잘 맞는 것 같아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특성화고를 그만둔 노승민(19·여)양도 현재는 서울 성동구 꿈드림에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양은 “특성화고에 진학한 뒤 정작 배우고 싶었던 시나리오보다 취업 위주로 수업이 진행됐다”며 “생각했던 것과 현실이 많이 달라 학교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노양을 포함해 15명의 성동구 꿈드림 학생들은 지난 7일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 검정고시를 무사히 마쳤다.
지난 2016년 2월28일 검정고시 설명회가 열린 서울 중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검정고시 준비생과 학부모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