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남북 정상회담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두 정상 간 직통전화(핫라인) 설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첫 통화 시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7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진행된 통신 실무회담에서 남북은 정상 간 핫라인 설치 문제를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합의하지 못한 내용은 이번 주 중 추가회담을 열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6일 방북 후 언론발표문을 통해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했으며, 2018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실시키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 핫라인은 지난 1971년 9월22일 설치됐다. 1차 남북 적십자 예비회담 당시 우리 측에서 “회담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 판문점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해 상주 연락관과 직통전화를 두자”고 제안한데 따른 조치였다. 이후 남북은 필요에 따라 핫라인 회선 수를 공식·비공식적으로 늘려왔다. 정상 간 핫라인은 6·15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6월에 첫 설치됐다. 국가정보원과 노동당 통일전선부 사이에 놓인 것으로 정상 간 직접통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간 긴장해소와 돌발상황 방지에 핫라인은 유용하게 사용돼왔다.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이 발발하자 김대중 대통령은 핫라인을 통해 북한에 엄중히 항의하고 해명을 요구했다.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랫사람들이 우발적으로 일으킨 일’이라며 유감의 뜻과 재발방지 약속,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핫라인은 남북관계의 부침에 따라 연결과 단절을 반복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6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핫라인이 끊겼다. 우리 측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북측이 반발하며 ‘군 통신선과 판문점 연락통로를 폐쇄한다’고 발표하면서다. 이 때문에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대북정책 청사진 ‘베를린 구상’이나 이후 군사당국·적십자 회담 등은 언론을 통해 북측이 인지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선박 고장으로 떠내려온 북측 선원 송환은 판문점에서 확성기를 통해 통보했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무실을 직접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가운데 핫라인이 어디에 설치될지도 주목된다. 집무실 핫라인 설치가 이뤄질 경우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지 않아도 수시로 협의할 수 있는 채널이 열리게 된다. 미국과 소련 정상도 냉전이 한창인 지난 1963년 제한된 정보와 군의 강경기조 대신 직접 전화로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집무실에 핫라인을 설치한 바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들이 6일 판문점 평화의집과 회담장 주변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