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베트남이 '포스트 차이나'로 부상한 가운데 전자시장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인구에서 차지하는 젊은 층의 비중이 높고 구매력도 높아 관련제품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전자산업이 글로벌 시장 포화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현실과 대조를 이룬다.
9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전자제품 시장 규모는 92억달러로 전년 대비 9% 성장했다. 스마트폰 등 통신기기가 전체의 4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TV·오디오·캠코더 등 영상가전(18.2%), 세탁기·냉장고·진공청소기 등 가정용 생활가전(16.4%) 등이 뒤를 이었다.
LG전자 관계자들이 베트남 하이퐁의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LG전자
이런 흐름은 베트남의 경제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 경제 성장으로 생활수준이 향상됐고, 관련 소비가 늘어난 것. 지난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6.8%로, 정부 목표치인 6.7%를 상회하며 4년 연속 6%대 성장을 지켰다. 4분기 성장률은 7.7%로 경기 회복세가 보다 명확해졌다. 여기에 전체 인구의 40%가 35세 미만인 '젊은 나라'로 소비 성향이 높은 점 역시 우호적 환경으로 지목된다.
관련 제품의 수·출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수출 총액은 2140억달러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이중 휴대폰 수출은 452억7000만달러로 2년 연속 수출 1위 품목을 유지했다. 수출 증가율은 32%로 전체 증가율을 크게 상회했으며, 2위 수출 품목인 섬유·의류(260억달러)와도 압도적 격차를 보였다.컴퓨터 및 전자제품 수출도 259억달러로 전년보다 37%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 총액은 전년보다 20% 증가한 2111억달러로 집계됐다. 전자·컴퓨터 및 관련 부품 수입은 377억달러로 35%, 휴대폰 및 부품 수입은 163억달러로 55% 급증했다.
한국과 베트남 간의 교역으로 축소하면 급격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한국의 대베트남 최대 수출 품목은 반도체로, 지난해 92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2% 크게 늘었다.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전자제품의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서 관련 부품 수출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으로부터의 수입 품목 중에서는 휴대폰 등 한국 기업으로부터의 완제품 수입이 수위를 점한다. 지난해 휴대폰 수입은 39억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있다. 베트남 현지 부품소재 기업의 생산능력이 제한적이라 자립 발전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기업의 대베트남 투자가 매년 확대되는 점이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총 500억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베트남 전체 전자제품 수출의 66.7%에 상응하는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대베트남 투자 규모도 170억달러에 달했다. LG전자도 35억달러를 투자하고 30억달러 이상의 수출을 이뤘다.
기업들에게도 베트남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휴대폰 생산거점인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과 삼성전자 베트남 타이응우옌 법인(SEVT)의 매출은 47조6673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도(42조9900억원)보다 11% 증가한 규모. 당기순이익은 5조510억원으로 8% 늘었다. LG의 성장세는 보다 가파르다. 베트남 하이퐁에서 휴대폰과 전장 부품 등을 생산 중인 LG전자 베트남법인(LGEVH)의 지난해 매출은 2조6469억원, 당기순이익은 1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35%, 49% 증가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