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현대차에도 봄이 오는가

입력 : 2018-04-11 오전 9:00:00
현대차그룹에서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재벌개혁 압박에 대한 답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28일 내놓은 계획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대주주와 그룹사 간 지분 매입·매각을 통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모듈과 AS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하고, 분할된 사업부는 현대글로비스에 흡수 합병된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도 합병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는 등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고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다. 
 
정몽구 회장 부자가 지분을 모두 매입하는 데는 4조500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주식 처분 과정에서 정 회장 부자는 최소 1조원 이상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대범한 발상이다. 
 
대범하다고 할 이유는 더 있다. 지주회사라는 사실상의 꼼수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차와 기아차 및 현대모비스를 사업과 투자부문으로 인적분할한 후 투자부문만 합병해 지주사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많은 재벌들이 그렇게 해왔다. 지주회사를 만들어 자사주를 현물출자하는 수법으로 총수일가가 재벌 지배권을 손쉽게 장악했다. 자사주를 현물출자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나는 ‘자사주 마법’을 십분 이용한 것이다. 그렇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런 손쉬운 마법을 마다했다. 총수 일가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고 비싼 세금까지 내는 가장 간명한 방식을 선택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런 대범한 계획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해 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이제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답변을 통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환영했다. 다만 3년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극력 반대했던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를 위한 추가조치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렇지만 삼성의 합병과 달리 이번에는 대세를 크게 흔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중요한 것은 현대차그룹 자신의 행보다. 스스로의 가치를 드높이겠다는 의지만 분명하다면 엘리엇이 장애물이 될 수는 없다. 그런 의지와 노력 가운데는 노사관계 개선도 포함된다. 마침 노사관계에서도 산들바람이 불어올 모양이다. 노사가 지난달 29일 합동세미나를 열고 품질 향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사실 현대차그룹은 최근 국내외에서 몹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중국시장에서 심각한 판매 부진을 겪어 왔다. 미국 시장에서도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게다가 올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무역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환율마저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방향도 현대차그룹에 불리하다. 정말로 바싹 긴장해야 할 때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확고한 결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 실마리가 이제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노사가 합심해서 재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만 남았다. 
 
차제에 본업과 관계없는 사업을 좀 더 가지치기하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라이프생명보험에서 사실상 손을 떼기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현대라이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서 2대 주주인 현대모비스가 불참키로 했다. 본업인 자동차부품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훌륭한 결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나아가 다른 금융계열사나 서울 강남에 새로 지으려는 100여층 높이의 빌딩이 진실로 유익한지도 다시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는 대한민국 굴뚝산업의 보루이자 자존심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50여년 동안 굴뚝산업을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일궜다. 산업의 전·후방 연관 효과나 국제시장에서 대한민국을 알리는 측면에서나 현대차만큼 중요한 기업이 많지 않다. 그리고 현대차가 만에 하나 잘못될 경우 미칠 악영향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번의 대범한 결단을 계기로 더욱 우수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시장에서 더욱 도약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현대차 자신과 대한민국이 바로 서는 길이다.   
  
차기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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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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